[이수화의 마켓 나우] 21세기 약방의 감초, 디지털치료제
위키백과는 방탄소년단(BTS) 항목을 103개 언어로, 디지털치료제(DTx)는 3개 언어로 다룬다. 아직 관심도가 낮지만, DTx는 앞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의료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DTx는 질병·장애·부상을 예방·관리·치료·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료·건강 소프트웨어다. 쉽게 말하면 모바일·인터넷·가상현실(VR) 등에서 작동하는 상호작용 소프트웨어다.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형태의 DTx가 많다. 치료 ‘기능’을 지닌 게임이라는 뜻에서 DTx를 ‘기능성 게임’이라고도 부른다. DTx의 모양은 ‘앱’이지만 엄연히 ‘약’이므로,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처방 디지털치료제(PDT)’라고도 부른다.
DTx 개발은 신약개발보다 평균 개발 기간이 40% 이상, 개발비용은 90% 이상 적게 든다. 어떤 질환은 지속해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DTx는 약물의 가격·남용·의존성 문제를 완화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장점을 배경으로 전 세계 DTx 시장은 2020년 27억 달러, 2021년 32억3000만 달러를 넘어 2030년 17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DTx는 환자의 마음 상태 또는 인지 상태를 시작점 A에서 목표점 B로 변화시키기 위해 게임·훈련·교육·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가 특정 행동·활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DTx인 ‘리셋(reSET)’이 2017년 미 식품의약처(FDA)의 허가를 받았다. 리셋은 약물중독 치료를 위한 인지행동치료(CBT)의 대체 또는 보완 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DTx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뇌신경계와 내분비계 질환이 주력 분야다. 최근에는 순환기계·호흡기계·항암·면역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DTx가 개발되고 있다.
한국은 DTx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7월 식약처가 허가한 DTx를 임시로 건강보험에 올리고 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식 급여 여부는 임시 보험급여 등재 기간 실사용된 데이터를 통해 평가된다. 한국에서 병원을 넘어 DTx의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교육이다. DTx는 자기효능감을 향상해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인지적 문제를 해결한다. 교육·학습 분야에도 적용할만한 작동 원리다.
전통적 재래식 교육의 시대는 저물었다. 학생 한명 한명의 인지 상태에 따른 맞춤형 처방과 해결책이 필요한 세계가 도래했다. DTx를 적용한 최첨단 학습으로 굳건한 건강과 인지적 능력을 갖춘 우리 학생들이 저마다 바라는 인생을 꽃피우길 기대한다.
이수화 한림대학교 AI 융합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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