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원연합회, 소실 위기 놓인 향토 이야기 기록·전승에 앞장

2023. 10.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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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삶, 산업단지의 역군, 최고령 어부 등 다양한 지역의 이야기‘지역N문화’통해 기록화


저출산·초고령화의 심화로 인해 지역소멸 위기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의 위기는 곧 그 지역 고유문화의 소실을 의미한다. 소실 위기의 지역문화를 남기기 위해 발 빠른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록원을 세우고, 민간기록물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관리영역 안에 지역의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전국 각지에서 기록을 주제로 한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누적된 기록물의 형태나 분류, 내용을 일반인은 쉽사리 찾아보기가 힘들다.

2017년부터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 진행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난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사업은 문화원이 수집·발굴·보존해온 지역 향토의 이야기들을 디지털화·콘텐트화해 지역문화자원으로 개발하고 지역N문화를 통해 서비스하는 사업이다. [사진 한국문화원연합회]

많은 기록화 사업들이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경우 전문성이 부재하기에 기록물의 표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고, 통합적 관리를 위한 자료관리 시스템 등 인프라를 갖추기에는 예산 확보 등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빠듯한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에서는 지속가능한 기록물 보존·관리보다는 일회성, 단기성 프로그램에 그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지원체계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전국 231개 지역 문화원과 16개 시·도문화원연합회의 중심기관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난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사업은 문화원이 수집·발굴·보존해온 지역 향토의 이야기들을 디지털화·콘텐트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지역문화자원으로 개발하고, 포털 사이트인 지역N문화를 통해 서비스하는 대국민 문화향유 증진 사업이다. 연합회는 서비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문화원에서 수집·집필한 자료들을 자료관리 시스템에 탑재해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통합자료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여러 변수에도 자료들이 소실되는 일이 없도록 인프라를 조성하기도 했다.

지역문화 영역을 데이터화·기록화로 확장

생활사 기록가 양성 교육 현장.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연합회는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선정하는 ‘빅데이터 센터’의 주관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의 결과로 생산된 콘텐츠들이 데이터화 되어 누구나 사용가능한 문화 영역의 기반 데이터로써 한 단계 나아간 셈이다. 근대문화역사유산, 누정, 성과 옛도로, 오래된 가게, 이색박물관, 시장 등 지역문화가 깃든 장소의 좌표 데이터부터 전국 각지의 이야기 자료까지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과 통합 데이터지도에서 다운로드하여 활용할 수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로 진행하는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체계적 관리 아래 구술기록을 수집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을 구술기록의 준전문가 수준으로 양성해 지역의 생활사, 사회·경제·문화적 사건을 구술채록하는 사업이다. 수집된 자료는 자료관리시스템을 통해 보존·관리되는데 연합회에서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중앙도서관의 ‘코리안메모리’에도 수록해 국가적 자산으로 관리된다.

지역 주민 참여해 생활사, 주요사건을 구술채록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리의 해녀들 모습.

올해는 경기 김포문화원, 대전 대덕문화원, 울산 울주문화원, 경북 영주문화원, 강원 동해문화원 5개 지역이 참여해 지역민의 삶의 일터에서 발생한 생업과 경제활동과 관련된 구술을 기록한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세부 구술주제를 달리했다. 주민 스스로 기록의 주체가 돼, 공동체 아카이브에서 중요한 아카이브의 당사자성 확보에 기여했다.

김포문화원은 김포의 포구·나루의 경제활동 변화를 기록했다. 최고령 어부를 구술자로 삼아 일평생을 기록하며 지역의 역사를 담았다. 대덕문화원은 대화산업단지 산업 역군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변화를 기록했고, 울주문화원은 어촌마을인 울주군 서생면 마을 사람들의 생업을 반추하며 해녀의 삶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영주문화원은 실향민의 풍기인견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풍기인견 업체를 설립하기까지 굴곡진 삶을 기록했다. 동해문화원은 한때는 강원도 대표항이었던 묵호항 사람들의 생업을 기록하며 찬란했던 1970년대와 재개발을 통해 현대화된 신항만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삶의 일터가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지역별 일상적인 삶의 기록이 기록유산 구축에 기여

한국은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도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해, 기록되고 보존돼야 할 주민들의 일상 기록이 매일매일 소실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의 기록은 단지 지역만의 숙제가 아니며, 국가적으로 시급히 서둘러야 할 과업이다.

일상적 삶의 기록은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며, 나아가 공동의 생활사는 집단의 정체성으로 연결된다. 70대 이상 노령의 구술자들과 청·장년층이 만나 정서적 공감으로 연대하며 기억을 전승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애착이 확산된다. 이러한 과정이 장기적으로 반복돼 연속적 기록물이 구축된다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역의 기록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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