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중동정세 등 논의…바이든 보란듯 ‘정상 밀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정상은 서로 “친구여”라며 우애를 과시했다. [타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 18일 중·러 정상은 베이징에서 만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하며 공조를 재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과 약 3시간에 걸쳐 대화했다며 “중동 정세에 대해 자세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에 대해 “비극이자 인도주의적 재앙”이라며 “이 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거나, 적어도 양측이 대화해야 한다는 신호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을 포함한 외부 요인이 중·러 관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이런 모든 외부 요인은 공통적인 위협이며, 양국 협력을 강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도 정상회담 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세 등에 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푸틴 대통령 발언을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공급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연장하기만 하는 미국의 또 다른 실수”라고 비판했다. 이 무기가 전선 상황을 급격히 바꾸지 못하면서 “미국은 점점 더 이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 모두발언부터 각별한 우정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존경하는 푸틴 대통령, 나의 라오펑유(老朋友, 오랜 친구)”라고 친밀함을 표시한 뒤 “두 나라의 정치적 상호신뢰가 끊임없이 심화하고, 전략적 협조는 긴밀하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2013년 이후 10년간 42차례 만나 좋은 업무 관계와 깊은 우의를 쌓았다”며 특별한 ‘브로맨스’를 자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 친애하는 친구여”라며 화답했다. 그는 “현재 어려운 여건은 외교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며, 양국 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부터 경제 및 기술 제재에 시달리는 두 나라 정상이 외교에서 공조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이날 광역경제권 건설 구상인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중국 주도의 대안적 질서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남에게 장미를 건네면 손에 향기가 남고, 남의 성취를 도우면 자신도 도움을 받지만, 남의 발전을 위협으로 보고 경제적 상호의존을 위험으로 여긴다면 더 빠른 발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와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덤핑 조사 등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서구에서 퍼진 중국 경제 위기론을 겨냥한 듯 “세계가 잘돼야 중국이 잘되고, 중국이 잘돼야만 세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포럼은 1·2회에 비해 동력이 약해진 모습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24개국 정상과 유엔 및 브릭스 신개발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2017년 1회 포럼에 29개국, 2019년 2회에 38개국 정상이 참여했던 것과 대비해 줄어들었다. 총 152개국이 참가했다. 미국과 일본·북한 국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태극기는 세워졌다.

◆러 외무 방북…푸틴 답방 논의할 듯=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정상포럼 및 중·러 정상회담에 배석한 뒤 북한으로 이동했다고 스푸트니크통신 등이 보도했다. 19일까지 북한에 머무르며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