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잔혹 살해 SNS 공유 20대男…집유→2심 실형

고양이·토끼 등 동물 학대 후 SNS에 공유
재판부 "재범 가능성 낮다고 단정 어려워"

이른바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린 '고어전문방'에 자신이 학대·살해한 동물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한 남성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된 길고양이 학대 영상. [사진=연합뉴스]

18일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9)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선고된 벌금 또한 1심의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인 건 맞다"라면서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방법 등을 살펴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을 박탈한 데 아무런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이러한 생명 경시적 성향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재범 가능성이 작다고 보기도 어렵다"라며 "이 모든 점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원심의 형은 부당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오픈채팅방 참여자들이 주고 받은 대화내용 [이미지출처=동물권행동 카라]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1월 충북 영동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쓰러진 채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촬영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2020년 충남 태안군 자신의 집 인근 마당에서 죽은 참새를 이용해 고양이를 포획 틀로 유인한 뒤 감금하는 등 학대하고, 같은 해 9월쯤 토끼의 신체를 훼손하기도 했다.

그는 범행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2020년 9월 중순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8년과 2020년 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도검을 구매한 뒤 범행했다.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신체를 자르는 방법과 학대 영상·사진 등을 공유해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리기도 한 이 방에는 80여명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미성년자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2021년 1월 13일 서울마포경찰서에 카카오톡 오픈채팅 '고어전문방'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채팅 내용 일부가 SNS 등에서 퍼져나가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들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엄벌에 처하라는 글이 게시되자 27만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 행동 카라 등 시민단체는 2021년 1월 A씨를 비롯해, 채팅방 이용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채팅방 방장은 잔인하게 죽이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여 벌금형(300만원)이 확정된 상태다.

'고어전문방'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2021년 1월 폐쇄됐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