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사활 건 증자안 법원서 퇴짜…CJ는 항고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0.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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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감정보고서 불인가 결정으로 CJ CGV가 지주사 CJ를 대상으로 추진하던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CJ 측은 항고를 통해 다시 법원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지주사 CJ는 CJ CGV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제3자배정 방식으로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CJ CGV가 제출한 CJ올리브네트웍스 감정보고서를 법원이 퇴짜 놓자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 평가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항고’와 현물출자 가액을 조정하는 ‘재신청’을 두고 막판 고심 끝에 항고로 가닥을 잡았다. 애초에 자금 조달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실시한 증자인 만큼 현물출자 가액 조정 카드는 CJ그룹 경영진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증자의 순조로운 마무리는 CJ그룹 입장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절실한 과제였지만, 감정보고서 기각이라는 예상 밖 암초에 부딪혀 CJ그룹 수뇌부에서도 당혹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자본 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CJ CGV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NEXT CGV’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의 감정보고서 불인가 결정으로 CJ CGV가 지주사 CJ를 대상으로 추진하던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제동이 걸렸다. CJ 측은 항고를 통해 다시 법원 판단을 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법원 “올리브네트웍스 고평가” 우려

CJ, 평가 가치 유지 ‘항고’

CJ그룹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법원이 CJ올리브네트웍스 감정보고서 인가를 기각한 것과 관련, CJ CGV는 10월 4일 서울서부지법에 항고장을 냈다. CJ 측은 “CJ CGV의 재무 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현물출자 계획을 이행하고자 한다”고 원안대로 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CJ CGV 측은 EY한영회계법인 등이 작성한 감정보고서를 지난 8월 법원에 냈으나 법원은 “감정보고서의 객관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를 기각했다.

당초 1조원 규모로 추진하던 CJ CGV 자본 확충안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구성됐다.

첫째,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다. CJ 측은 이를 통해 57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기대만큼 주가가 상승하지 않아 확정발행가액(5560원) 기준 모집 총액은 4153억원으로 줄었다. 목표로 했던 조달 계획보다 약 27% 감소했다. 해당 유상증자는 일반공모 청약까지 마친 상태로 지난 9월 27일 신주가 상장됐다.

문제가 된 자본 확충안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다. 지주사 CJ는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현물출자해 CJ CGV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상법에 따르면 현물출자 방식으로 신주를 인수하려면 현물 가치의 적정성에 관해 법원 판단을 구해야 한다. 일반 주주나 채권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그러나 감정보고서가 법원에서 기각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감정보고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했으나 법원은 “감정보고서의 객관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런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측면도 있다. 지난 6월 현물출자 첫 단추를 끼웠을 때부터 ‘CGV 저평가, 올리브네트웍스 고평가’ 구도로 증자에 따른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방어하겠다는 프레임이 시장에 확산해 CJ그룹 스스로 증자의 정당성 훼손을 자초했던 터다. 법원 역시 이런 가능성을 우려해 감정평가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지적한 대목은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영회계법인이 절대 가치 평가 방법인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만 추산한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4444억원)의 근거가 설득력이 낮다고 봤다. DCF 자체가 현금흐름 추정 등에 있어 많은 가정이 필요하므로 매번 크고 작은 논란이 따랐다. 특히 비상장 기업의 기업가치를 추정하면서 DCF를 적용할 땐 더욱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비상장 기업의 경우 먼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감사 과정에서도 DCF의 적용 근거와 가정을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는 한다”고 전했다.

객관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상대비교법이 감정보고서에서 다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가령, 지난해 기준 CJ올리브네트웍스 순자산은 1395억원,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1433억원 수준이다. 통상 유사 기업 간 상대 비교법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순자산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곱해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이에 비춰, CJ올리브네트웍스에는 최소 PBR 3배수가 적용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CJ 측은 감정보고서에서 유사 업종 간 PBR 비교 등으로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외면해 신뢰성 논란을 자초했다.

또,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률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부분도 설득력이 낮다고 봤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CJ올리브네트웍스 수익성이 저하돼왔는데, 그 뒤 돌연 3년간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대목을 꼬집은 것. 더군다나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의 76%가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재무지표 추정 근거 보완

성장 전략 차질 불가피

CJ그룹이 기존 평가액을 유지하는 항고를 선택한 만큼 CJ올리브네트웍스 매출, 손익, 순자산 등 재무지표 추정 근거를 보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감정보고서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 매출 구조는 크게 ▲SI(IT 시스템 구축·프로그램 개발) ▲SM(시스템 운영·유지관리) ▲IDC(서버·네트워크·정보보호 등 인프라 구축·운영) ▲서비스(PG·메시징 서비스 외 기타 서비스·솔루션 공급)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SI 부문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70% 이상이 계열사 등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그럼에도 감정보고서에서는 내년부터 시장 전망률(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추정치)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부문도 거시경제 지표나 외부조사기관 추정에 기댄 시장 전망률만으로 매출 추정치를 산출했을 뿐 명확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SM 사업은 파견 인원의 인건비를 기반으로 수익이 결정되지만 내년부터 임금 상승률(EIU)에 따라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IDC는 과거 매출 장기 연평균 성장률(CAGR) 6%와 유사한 수준의 시장 전망치(Arizton)를 적용했다.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내년부터 명목 GDP 성장률(EIU)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법원 제동으로 CJ CGV가 당초 기대했던 일정대로 자본 확충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게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계획했던 약 1조원 규모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을 경우를 전제로 ▲부채비율 912%에서 258.9%로 하락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순차입금 비율 12배에서 8.2배로 하락 등의 효과를 추정했으나 현재로서는 다소 김이 빠진 상태다.

자본 확충을 전제로 CJ CGV 측이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강조했던 ‘NEXT CGV’ 전략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CJ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실적 변동성 완화, 현금흐름 창출력 개선 등의 효과를 지렛대 삼아 새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이었다. CJ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 역량을 활용해 기술 특별관, 신규 고급관 등으로 차별화 전략을 노려왔다. 이외 법원의 판결 이후 CJ CGV 주가는 하루 만에 5% 넘게 하락하는 등 주주 배정 유상증자 모집가액(5560원)을 밑돌고 있어 추후 주주 반발도 우려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사 CJ에 대해 “증자 이후 기존 사업 혁신,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시너지 등 가시적 성과가 나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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