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 토막 ‘나이키’···재고 관리 실패로 ‘된서리’ [케이스스터디]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10.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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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의류·신발 브랜드는 뭘까? 바로 나이키다.

나이키는 ‘10대 남녀 모두가 좋아하는 브랜드’ 자리를 12년째 지키고 있다(10월 파이퍼샌들러 반기별 청소년 설문조사). 의류에서는 아메리칸이글과 룰루레몬을 따돌렸다. 신발은 컨버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을 제쳤다.

한국에서도 나이키 위세는 대단하다. 한국 시장 연매출 규모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나이키코리아가 지난 9월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기준(2022년 6월~2023년 5월) 매출은 2조109억원이다. 국내 첫 2조원 돌파이자, 패션업계에서 단일 브랜드로 2조원을 돌파한 것도 최초다.

그런데 나이키의 글로벌 실적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연간 매출은 지난해 467억달러에서 10% 늘어난 512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순익은 16% 줄어든 51억달러에 그쳤다. 이익이 하향 곡선을 그리며 주가는 2년 새 반 토막 났다. 나이키 시가총액은 1486억달러(약 198조원)로 지난 2021년 고점인 2768억달러(약 377조원) 대비 45%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20% 가까이 떨어졌다.

월가는 나이키 목표주가를 연일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와 배런스 등에 따르면, 제프리스는 나이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류로 강등했다. 목표가는 140달러에서 100달러로 대폭 하향했다. 현재 주가(97.62달러, 현지 시간 10월 10일 기준) 대비 상승 여력이 3% 수준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랜달 코닉 애널리스트는 나이키의 2024년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521억달러(약 71조원), 주당순이익은 3.45달러로 낮췄다.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 낙관했나

D2C 전략, 아직까지는 ‘글쎄’

나이키 주가가 폭락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재고 관리에서 크게 실패했다. 지난해 매출 증가에도 순이익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2022년 공격적으로 공급한 물량이 소비 위축으로 재고로 쌓였기 때문이다. 재고 정리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 판촉전을 전개했고 이는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지난 4년간 70억달러였던 평균 재고자산 규모는 2023년 1분기(2022년 6~8월) 97억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온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거래) 사업을 축소하고 도매 기능(판매 비중 58%)을 복구했다.

재고 관리 실패는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한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수입량을 34%나 늘렸지만, 매출은 20% 증가에 그쳤다. 여기에 D2C에 따른 판매비·관리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67억원 감소했다. 재고자산이 급격히 불어나며 현금 유동성은 안 좋아졌다. 나이키코리아 재고자산은 5242억원으로 전년보다 72%나 증가했다. 반면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097억원에서 300억원으로 72% 줄어들었다.

나이키가 재고 관리에 실패한 이유는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시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한 탓이 크다. 미국과 중국 모두 고금리·고물가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신발과 의류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라는 점에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나이키의 연간 국가별 매출액 비율을 보면 미국이 33.3%로 가장 높고 중국이 15.1%로 2위다. 특히 중국은 나이키의 고성장을 이끌어온 시장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며 나이키 매출도 꺾였다. 나이키의 2023년 4분기(3~5월) 중국 시장 매출액은 18억1000만달러로 직전 분기(19억9400만달러) 대비 감소했다. 중국 시장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21억6000만달러) 이후 6개 분기 연속 20억달러를 밑돈다.

나이키의 또 하나의 실패 요인으로 D2C로의 급격한 전향이 꼽히기도 한다. 나이키는 2019년 말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철수를 선언했다. 2019년 10월 나이키를 14년간 이끌어온 마크 파커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정보기술 전문가인 존 도나호가 CEO로 올라선 뒤 단행된 조치다. 운동화 디자이너 출신 파커를 대신한 CEO는 스포츠 브랜드와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도나호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를 이끈 바 있다.

도나호는 D2C 전략을 선언하며 아마존에서 나이키를 철수시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그간 아마존을 비롯한 유통 채널이 나이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4%에 달했다. 도나호 CEO는 안전한 판매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고객과 만나겠다고 선언했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수수료가 나이키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나이키는 나이키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판매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직접 판매를 위한 비용이 더 증가하는 상황에 놓였다.

나이키 주가가 2년 새 반 토막 났다. 미국과 중국에서 재고 관리에 실패한 영향이다. 사진은 캐나다 몬트리올 나이키 매장. (EPA)
전망은 ‘나이스(Nice)’

하나증권 “재고조정 곧 끝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마냥 어둡지는 않다. 증권가에서는 나이키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저가 매수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 1분기(2023년 8월 결산) 실적 관련 주당순이익(EPS)이 0.94달러로 컨센서스를 25% 웃돌며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2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올랐다. 중국과 아시아에서 실적이 악화했지만, 비용 관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김 애널리스트 분석이다. 재고 관리도 ‘안정적(Healthy)’이라고 봤다.

김 애널리스트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주요 시장인 북미와 중국에서의 매출 추이다. 북미의 경우 도매 사업에 영향을 주고 있는 재고조정 마무리가 관건이다. 중국 매출은 17억달러로 19억달러였던 컨센서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이키 내부에서 예상한 수준이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김 애널리스트는 “혁신적인 신규 제품 라인업 구축과 재고조정 마무리에 따른 정가 비중 상승, 하반기 도매 사업 반등 등을 고려하면 나이키 투자 심리가 저점을 지나 서서히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강력한 브랜드 영향력을 기반으로 동종 업체 대비 여전히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나이키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9%로 룰루레몬(36%), 게스(29%), 푸마(15%) 대비 높았다.

유종호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견고한 피트니스 용품 수요와 신제품 출시에 기반한 매출 증가, 지난 분기에 이은 중국 시장 회복이 나이키 실적을 높일 것”이라며 “정가 판매, 직접 판매 증가, 재고 안정화에 따른 마진 개선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나이키 앱 사용자가 늘어나고 충성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미래를 밝게 보는 요인이다. 나이키 앱 사용자 비중은 아디다스나 뉴발란스 등 2위 그룹과 2배 이상의 DAU(일일 활성 유저 수) 차이를 보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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