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재판 도중 "죄송합니다!" 소리쳐... 피해 가족들 '법정최고형' 요청

김종훈 2023. 10.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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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흉기 살인 공판 현장] 범행 영상 재생되자 눈과 귀 막아... 재판부, 정신감정 허용

[김종훈 기자]

▲ '신림 흉기난동' 조선 검찰 송치 지난 2023년 7월 28일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28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공동취재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일대에서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3)씨의 재판 현장. 증인으로 나온 한 피해자 가족이 지금까지 범인으로부터 전혀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하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조씨가 갑자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두 번 소리쳤다. 피해자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사형'을 비롯한 법정최고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및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씨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선 공판에서 조씨 측은 스토킹 피해망상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심신장애가 있음을 주장했다. 심신장애가 인정될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다(형법 제10조).

이날 공판도 다르지 않았다. 조씨는 공판 내내 변호인 옆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하아" 소리를 내며 가쁜 숨을 반복적으로 몰아쉬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이에 공판 초반 조씨의 수갑을 풀어줄 것을 명령했던 재판부는 돌발행동을 우려해 다시 채울 것을 명령했다. 조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한 상태다.

앞서 7월 21일 오후 조씨는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같은 날 조씨는 범행을 위해 서울 금천구 소재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쳤고(절도), 범행 현장으로의 이동을 위해 탄 택시도 무임승차(사기)했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특정 게임 유튜버에 대한 글과 관련해 모욕 혐의로도 기소됐다. 범행 나흘 전인 7월 17일 조씨는 경찰로부터 모욕 혐의와 관련해 출석 요구를 받았다.

법정에서 재생된 범행 영상... 조선, 두 손으로 얼굴 가려

검찰은 재판 시작과 동시에 조씨의 범행 당시 CCTV 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영상에는 검은색 셔츠를 입은 조씨가 흉기를 뒤쪽에 숨기고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로 서있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칼로 찌르고 쫓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칼을 든 조씨가 나타나자 시민들이 기겁하며 도망치는 모습도 보였다. 영상 후반부에서 조씨는 경찰에게 체포되기 직전 "열심히 살았는데 X 같아서 죽였다"라고 말한다. 영상이 소리와 함께 재생되자 조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양쪽 귀를 막기도 했다.

검찰은 조씨가 자주 한 것으로 조사된 두 가지 게임 영상도 재생했다. 해당 영상에는 1인칭 시점의 플레이어가 거리에 있는 시민들을 찾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거나 폭행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검찰은 "조선이 자주 한 게임"이라며 "점프해서 칼로 찌르는 장면 등 조선의 범행 당시 했던 모습과 유사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게임 중독이 사건의 동기는 아니"라며 "조선의 범행이 게임 장면과 유사하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 영상을 재생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게임 영상이 나오자 범행 장면 재생 때와 마찬가지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몸을 앞뒤로 흔드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중간중간 손가락을 벌리며 화면을 힐끗힐끗 바라보기도 했다.

증인석에 선 피해자 가족들 "용서하지 말아주세요"
 
 신림동 살인 사건 엿새 후인 지난 7월 27일 오전, 사건 발생 장소 인근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검찰은 영상 재생 후 증인으로 피해자 가족들을 세웠다. 첫 번째로 나온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는) 지금도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남은 가족들은) 아예 집 밖에 못 나오고, 밤에 잠도 못 잔다"라며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을 전했다.

- 검사 "증인의 가족들은 피고 조선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 있습니까?"
- 피해자 가족 "없습니다." (이때 조선이 갑자기 끼어들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외침.)

- 검사 "피고 조선이 어떤 처벌을 받기를 원하나요?"
- 피해자 가족 "사형이요. (잠시 숨을 고른 뒤)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 재판부 "증인, 이와 관련해 재판부에 가족 대표해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 피해자 가족 "용서하지 말아주세요."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다르지 않았다. 사망 피해자의 가족은 "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해외에 계셔서 형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며 "형이 이 일로 세상을 떠나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대한 큰 형량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가족도 "(아들이) 스스로 극복하려고 혼자 버스도 타고 전철도 타고 있지만 일상을 전혀 못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형량...(눈물을 흘려서 말을 잇지 못함)"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피해 가족들이 증인석에 설 때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정신감정 심리분석관은 "조선의 임상심리를 평가한 결과, 조선의 정신상태가 와해됐다고 의심할 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며 "조선의 지능지수는 경계선 수준인 75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무직 상태가 장기화해 자기 고립에 빠져 분노 폭발 행위가 발현됐지만 (조현병이나 정신이상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정신장애가 있었는지 여부를 감정할 계획"이라며 조씨 측이 제기한 정신감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조씨의 다음 공판은 26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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