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조선> 3년 전과 이렇게 달라졌다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3. 10. 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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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2020년 의사파업 보도] 정부 원인제공 프레임 강화... "문재인 정부 인기 꺾으려" 지적도

[김시연 기자]

 한 누리꾼이 지난 15일 진보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에 조선일보의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보도를 3년 전과 비교했다.
ⓒ 조선일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지난 14일 <조선일보>는 오는 2025년 입시부터 매해 1000명을 증원하고 최대 30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16일자 사설에서도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면서 이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 누리꾼들은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이 3년 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는 비판적이었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정원 49명 규모인 공공의대 신설을 포함해 의대 정원을 연간 400명씩 최대 4000명까지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사 파업'으로 무산됐다. 

보수 언론의 보도 양상이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사실인지 살펴봤다.

3년전 '운동권 특별전형' 비판... 지금은 '1000명 늘려도 OECD 평균 이하'  

한 누리꾼은 지난 15일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게시판에 2020년과 2023년 <조선일보> 기사를 비교하면서 "3년 전에는 '운동권 특별전형', 지금은 'OECD 평균 이하', 이미 몇 달 전부터 의사 부족하다는 기사 내보내고 있었더군요"라고 지적했다.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신문 주요 사설(2020.7.~9.) 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의대 정원' 관련 기사 검색
ⓒ 김시연
 
실제 <조선일보>는 의사 파업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26일 사설 '시민단체가 의대 신입생 후보 추천한다니'에서 "시·도지사와 어용 시민단체가 추천권을 갖게 되면 공공의대는 운동권 특권층을 위한 입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정권현 논설위원은 같은 날 칼럼('[태평로] 의사·변호사 적정 인원에 대한 너무 다른 계산법')에서 일본에서 의대와 치과대 정원을 늘렸다 의사 공급 과잉으로 실패했다면서,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지 말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당사자인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올해 10월 14일자 '지방·필수의료 붕괴, 1000명씩 늘려도 OECD 평균 이하' 기사에서는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의사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최하위권이지만 연봉은 OECD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사설('의대 정원 확대 불가피, 현실 안 맞는 의료 수가도 함께 개선해야')에서도 "의사 부족이 심각해 지방 의료는 붕괴 직전이고,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는 지원자가 없어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의사들은 파업 등 강력한 진입 장벽 쌓기로 맞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058명에 묶여왔다"고 지적했다.

2023년 10월 현재 <조선일보>의 논조는 한겨레, 경향 등 진보 매체와 큰 차이가 없고 2020년 의사 파업 때 진보 언론 보도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한겨레>는 지난 16일 사설('의대 증원, 더 이상 의사단체 입김에 흔들려선 안 된다')에서 "필수의료 부족, 지역사회 의료공백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처럼 정부·여당이 정치 논리에 따라 의사단체 입김에 휘둘리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도 15일 사설('만시지탄인 의대 '정원 1000명' 확대, 의협은 수용하라')에서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기 바란다"면서 의사협회의 수용을 촉구했다.
 
 2023년 10월 15일~18일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과 보도 프레임. 자료 :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의대 정원' 관련 기사 검색. * 프레임 분석 : 동덕여대 프레임 기준으로 오마이뉴스 자체 분석.
ⓒ 김시연
 
의사 파업 보도때 보수언론 '정부 원인제공 프레임' 애용 

2020년 의사파업 언론 보도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보수 매체는 진보 매체에 비해 의사협회를 정보원으로 더 많이 활용했고, 사설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동덕여대 보건관리학과 연구팀은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논문('2020년 의사파업에 대한 언론보도와 미디어 프레임 분석')에서 "보수매체는 주로 원인 제공 프레임을 통해 정책 추진에서 정부의 책임을 부각시켰으나 진보 매체는 공공성과 도덕성 평가 프레임을 통해 의사협회의 비윤리적 행위를 비판했다"고 밝혔다.

조선과 동아 등 보수 매체 사설 17건 가운데 가장 많은 6건(35.3%)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의사단체와의 협의 부재에 대해 지적"하는 '원인 제공 프레임'이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 매체 사설 52건 가운데 11건(21.2%)은 "통계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의 강화와 의료 인력 증원이 필요하며 이해당사자의 협조가 필요함을 지적"하는 '공공성 프레임'이었는데, 보수 매체는 단 1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공의료 확충이 중요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항해 파업을 강행하는 의사협회의 모습은 직업 윤리 측면에서 비도덕적 행위임을 부각"한 '도덕성 평가 프레임' 역시 진보 매체는 8건(15.4%)이었던 반면, 보수 매체는 0건이었다. 연구팀은 "보수 진영에서는 의사의 전문 직업성에 기반하여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며 정부의 개입과 통제보다는 문제를 시장의 논리에 맡겨두는 방식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연구팀이 지난 2022년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논문(‘2020년 의사파업에 대한 언론보도와 미디어 프레임 분석’)에서 조선과 동아 등 보수 매체 사설 가운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의사단체와의 협의 부재에 대해 지적”하는 ‘원인 제공 프레임’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면,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공성 프레임'과 의사협회의 도덕적 책임을 부각하는 '도덕성 평가' 프레임은 한 건도 없었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수언론, 문재인 정부 꺾으려" 지적... 의협 "1000명 증원, 비상식적"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17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당시에도 보수 언론은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사립 의대 정원 증원에는 긍정적이었다"면서 "보수 언론이 코로나19 방역으로 인기가 높았던 문재인 정부를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1000명씩 늘리겠다는 건 보수 언론을 동원해 미리 의료계와 국민 여론을 엿보려는 의도"라면서 "의대 정원 확대 목적은 지역과 필수의료 인력 확보이기 때문에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빠지면 얼마를 늘리든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의해온 대한의사협회는 1000명 증원 방안이 자신들과 사전 협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정부협의체에서는 의대 증원 관련해서 숫자나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연구 결과도 나온 게 없다"면서 "정부가 2025년 입시부터 1000명 증원한다는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고 사회적으로 퍼지는 과정 자체도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년 전과 언론 보도가 달라졌다고 느낀다"면서도 "그때는 코로나19로 국민과 의료진이 모두 힘든 상황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 정치 의제로 던져져 의료계에서도 급격한 반발이 올라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응급실 뺑뺑이'와 필수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와 정책화 논의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던져져 의료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는 차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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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보수 언론 보도 태도, 3년 전과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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