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서… 동료가 먹던 감기약 내가 먹었다면?

신은진 기자 2023. 10.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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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인지 감기에 걸렸다.

기침, 콧물, 발열, 몸살 등 온갖 증상이 나타났지만, 시간이 없어 병원을 가기 어려웠던 그는 동료가 먹다 남았다는 감기약을 복용했다.

단순히 '콧물이 난다'는 증상이 같다고 맑은 콧물이 나는 사람이 항생제가 포함된 세균성 부비동염 환자의 약을 복용하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위험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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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약을 복용하면 약물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커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A씨는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인지 감기에 걸렸다. 기침, 콧물, 발열, 몸살 등 온갖 증상이 나타났지만, 시간이 없어 병원을 가기 어려웠던 그는 동료가 먹다 남았다는 감기약을 복용했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감기는 낫지 않아 병원을 갔고, 의사에게 큰 문제가 없어 천만다행이란 얘기를 들었다. 의사는 왜 그런 얘기를 한 걸까? 여기엔 이유가 있다.

◇부적절 약 복용, 심각한 부작용 유발할 수도
증상이 아무리 비슷했더라도, 남의 약을 복용하는 일은 위험하다. 그 사람의 몸에 최적화된 약은 내 몸에서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이 받아온 처방약을 함부로 복용했다간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었을 때 생기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감기약으로 흔하게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 등 해열진통제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안전상비약으로 판매될 만큼 비교적 안전한 약에 속하지만, 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이 꼭 필요한 상태의 환자가 용법·용량을 지켜 약을 복용했을 때의 얘기다. 만일 간 질환이 있는 '내'가 아세트아미노펜 최대 용량이 포함된 타인의 감기약을 먹는다면, 심각한 간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도 마찬가지다. 평소 소화기관이 약해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하는 사람이 이 약들이 포함된 타인의 약을 먹으면 심한 복통이나 설사 등 위장장애를 겪을 수 있다.

타인의 약을 복용하는 일은 불필요한 약 복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위험도 높인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폐렴, 결핵은 물론 어떤 감염질환에 걸리더라도 치료가 불가능해지기에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항생제 내성은 약을 오남용 했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항생제가 필요한 건 세균성 부비동염 등이 의심되는 엷은 갈색의 화농성 콧물이 날 때이지, 비염일 가능성이 큰 맑은 콧물이 날 때가 아니다. 단순히 '콧물이 난다'는 증상이 같다고 맑은 콧물이 나는 사람이 항생제가 포함된 세균성 부비동염 환자의 약을 복용하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위험만 커진다.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심은희 과장은 “간혹 항생제를 먹어야 효과가 좋다거나 항생제를 소화제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다”고 밝혔다. 심 과장은 “세균 감염이 원인이 아니라면 효과가 없을뿐더러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이 생겨 항생제가 필요한 순간 약효가 저하되는 등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한 약은 처방된 일수까지만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약국에서 약을 분쇄하거나 봉지에 담을 때 온도, 습도 등 보관 환경이 달라지므로 복용하고 남은 약은 버려야 한다. 특히 약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슈퍼박테리아 등 내성균의 전파로 식생활을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약국, 보건소 등에 비치된 지정수거함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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