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너머 보랏빛 융단… 산상 화원의 이국적 황홀경

남호철 2023. 10. 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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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 수놓은 ‘거창韓’ 경남 거창
이른 아침 경남 거창군 감악산 정상의 풍력발전기와 보랏빛 아스타 꽃이 이색적이고 황홀한 산상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 뒤 한국천문연구원 인공위성 레이저 관측소 너머 합천호 방향 구름 속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경남 거창의 가을은 오색찬란한 가을빛에 보랏빛이 더해진다. 금원산(金猿山)에는 붉고 노란 단풍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거창 창포원에는 노란 국화꽃 향기가 풍기며 감악산(紺岳山) 정상에는 아스타 꽃의 보랏빛 물결이 일렁인다. 거창에서 더 거창하게 즐길 수 있다.

감악산은 거창군 남상면 무촌리와 신원면 과정리를 안고 거창 남부권 중심지에 해발 952m로 우뚝 솟은 완만한 형태의 산이다. 거룩한 산, 신령스러운 산 또는 큰 산을 뜻하는 ‘감뫼’로 곧 여신을 상징한다고 한다.

감악산 정상부는 5만㎡ 넓이의 평원이다. 방송 중계탑이 솟아 있고, 해맞이 전망대가 우뚝하며 한국천문연구원 인공위성 레이저 관측소가 반짝이고, 산등성이를 따라 7기의 풍력발전기가 당당히 늘어서 있다.

이곳은 사방팔방이 확 트여 있다. 가까이로는 거창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동남쪽으로는 합천댐과 황매산이, 북쪽으로는 가야산·덕유산이, 서쪽으로는 지리산까지 조망된다.

정상 인근 해발 900m에 조성한 항노화웰니스체험장. 과거 고랭지 채소 재배지가 10여 년 전부터 황무지로 방치됐으나 2018년부터 감국, 소국, 아스타, 구절초 등 항노화 약초단지 체험장으로 본격 조성되면서 가을 여행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요즘 그 평원엔 청보라, 진보라, 분홍보라 등 온갖 보랏빛 아스타가 융단처럼 깔려 있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아스타 꽃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일년초 아스타 꽃인 과꽃을 개량한 원예종이라고 한다. 그 주변엔 하얀 구절초가 무리 지어 흔들리고 그 사이로 연보랏빛 쑥부쟁이도 눈에 띈다. 은빛 억새도 바람결에 하늘거린다.

‘감악산 별바람언덕’에서는 매년 10월 초 꽃&별여행 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 기간은 끝났지만 아스타 꽃은 앞으로 1주일 정도 더 볼 수 있다. SNS에 뽐낼만한 인생샷을 남기기에 그만이다. 별을 관측하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맞이 전망대 미디어 파사드에 상영되는 감악산 풍경.


밤에는 항노화웰니스체험장 전망대 사면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가 운영된다. 감악산의 사계절, 화려한 미디어아트, 고흐 등 미술작품, 군정 홍보 영상 등 4종류가 상영된다.

감악산 바로 아래 신원면에는 거창사건추모공원이 있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국군에 의해 신원면 양민 719명이 학살된 거창양민학살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들어섰다. 추모공원 중앙에 위령탑이 우뚝하다. 희생된 남자·여자·어린이 무덤을 상징하는 3단의 돔 사이로 영혼이 부활해 어둠을 뚫고 하늘로 오름을 상징한다. 이 일대에서 28일부터 11월 12일까지 제16회 국화관람회가 열린다.

거창양민학살사건이 일어난 박산골의 총탄흔적바위.


국화는 경남도 제1호 지방정원인 거창창포원에서도 볼 수 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거창창포원 가을정원 전시회가 열린다. 사슴, 공작, 용, 고니 등 국화 옷을 입은 모형이 창포원을 장식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국화 분재부터 걷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국화 터널까지. 드넓은 창포원에서 자전거도 타고 국화도 감상할 수 있다

위천면에 자리한 금원산자연휴양림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의 숨결을 간직한 곳으로 맑고 깊은 계곡과 폭포뿐 아니라 문바위 등 볼거리가 많다.

주차장 옆 금원산자연휴양림을 안내하는 상징물에는 원숭이상이 반긴다. 옛날 이 산속에 금빛 원숭이가 날뛰곤 해 한 도사가 바위 속에 가뒀다는 전설에 따라 금원산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금원산 유안청계곡을 따라 오르면 유안청폭포를 만난다. 인근에 유생들의 공부방 유안청(儒案廳)이 들어서면서 폭포도 이름을 얻었다. 유안은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유생을 이르는 말이다.

금원산자연휴양림 내 높이 20여m의 유안청제2폭포.


길이 40m, 폭 10m로 미끄럼틀처럼 비스듬한 경사를 이룬 와폭(臥瀑)인 유안청제2폭포 위에 유안청제1폭포가 자리한다. 절벽을 미끄러져 낙하하면서 20여m 높이의 폭포를 이룬다.

지재미골에 자리한 국내 최대 단일 바위인 문바위.


또 다른 계곡인 지재미골로 들어서면 거대한 바위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문바위다. 깔끔한 화강암으로 이뤄진 문바위는 단일 바위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고려 말 충신 달암 이원달 선생이 고려가 망하자 이곳에서 망국의 한을 달랬던 바위라 하여 순절암·두문암이라고도 부른다.

여행메모
감악산 정상까지 도로… 무료 입장·주차
추어탕·어탕국수… 온천에서 피로 해소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나들목에서 빠지는 게 편하다. 가까운 곳에 거창창포원이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거창 감악산이다. 감악산 정상까지는 도로가 이어져 있어 차로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입장료 주차료 모두 무료다. 창포원 개방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다. 자전거도 대여한다. 1시간 기준 1인승 1000원, 2인승 2000원, 4인승·6인승 4000원이며 카드결제만 가능하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금원산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입장료는 일반인 1000원이며 주차비는 소·중형 3000원이다.

위천면 전통한옥마을인 황산마을에서 고택 체험을 해볼 만하다. 가조면 쪽엔 가조온천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거창엔 추어탕과 어탕국수를 내는 식당들이 많다. 중앙교 사거리 인근엔 추어탕 거리도 조성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에 접속해 거창군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카페, 숙박, 체험, 쇼핑 등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발급받을 수 있다.

거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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