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띄우는 서울시, 뜸들이는 경기·인천… ‘기후동행카드’ 잘 될까
독일은 지난 5월 월 49유로(약 7만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도입했다. 프랑스는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내년 여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유럽 각국이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승용차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유입하고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유사한 제도를 지난달 발표했다. 월 6만5000원만 내면 관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기후동행카드’다. 시는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다만 서울시 교통체계는 경기도 및 인천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요금 체계 역시 대부분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 제도로 연동된 구조다. 이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나서 “통합환승 제도 도입 때처럼 늦어져선 안 된다”며 경기도와 인천시를 향해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시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동참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도입 효과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어 결국 서울시만의 ‘반쪽짜리’ 제도에 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추진하는 이유는 교통수단 분담률 중 대중교통 비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2019년 65.6%에 달했던 대중교통수단 분담률은 2021년 52.9%까지 떨어졌다. 반면 승용차의 교통수단분담률은 2019년 24.5%에서 2021년 38%로 급증했다.
특히 자동차 이용량 증가는 온실가스 배출량과도 연계된다. 버스와 지하철이 각각 1㎞ 이동 시 27.7g, 지하철이 1.5g을 배출하는 데 비해 자동차는 210g이나 배출한다. 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시 연간 1만3000대의 승용차 이용량이 줄어들고 온실가스도 3만2000t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된 만큼 서민 물가 경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버스요금(1500원) 기준으로 기후동행카드를 약 40회 이용하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특히 서울시민의 한 달 평균 대중교통 이용횟수가 50회라는 점과 환승 때 발생하는 거리비례요금, 따릉이 요금 등을 고려하면 시민들은 보통 1만5000원 이상의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시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K-패스 사업과 비교해서도 기후동행카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K-패스는 대중교통비 지출액을 계층별로 20~53%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청년이 30%, 저소득층이 53% 정도 혜택을 받고, 일반 시민은 20% 정도 환급받을 수 있다. 일반 시민이 서울 시내버스를 50회 이용했을 때 1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따릉이 등 부가 혜택을 고려하면 기후동행카드가 우위에 서 있는 셈이다. K-패스는 최대 60회로 적립이 제한되는 만큼 그 이상 사용할 때도 기후동행카드가 유리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18일 “기후동행카드는 현재 시와 운송기관 부담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시민 수요가 기후동행카드로 몰려 K-패스와 유사한 비율(시비 60%·국비 40%)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4만원대까지 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에 경기도와 인천시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두 지자체는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경기도와 인천시 모두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은 서울시에 비해 높지 않다. 2021년 기준 경기도와 인천시의 승용차 수단분담률은 각각 62.4%, 43.2%에 달한다. 하지만 대중교통(버스+지하철) 분담률은 26.6%, 20.9%에 불과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은 지하철 노선이 인천시나 경기도보다 많고 자동차를 끌고 다니기 힘들지만 인천시와 경기도는 환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광역버스가 제외된다는 점에도 두 지자체는 부정적이다. 올 3월 기준 서울시와 경기도를 오가는 광역버스는 471개 노선 3755대다. 서울시와 인천시를 오가는 광역버스 역시 25개 노선 257대로 적지 않다. 경기도 입장에선 도내 주요 도시인 성남·용인·수원시 등을 이어주는 신분당선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기도는 이를 고려해 기존에 구상한 독자적인 교통비 경감 대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17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기후동행카드보다 훨씬 월등한 ‘The 경기패스’를 내년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라며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등을 다 포함한다”고 말했다. The 경기패스는 K-패스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상한선을 폐지하고 30% 할인 혜택을 받는 청년 연령을 34세에서 39세로 확대한다.
인천시는 연말까지 용역을 진행한 뒤 시범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후동행카드가 인천시민의 교통수단 이용 패턴에 맞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 “대중교통 분담률을 고려하면 기후동행카드가 K-패스보다 비교 우위에 있을지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경기도·인천시 없이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 통합 환승 할인 제도를 시행할 때도 경기도와 인천시는 늦게 들어왔다”며 “시범사업 시행 후 입소문이 나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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