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흉기 난동범, 범행영상 틀자 흥분…판사 "수갑 채워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선(33) 측이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조선은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재생되자 귀를 막으며 가쁜 숨과 신음을 내뱉기도 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선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 범행 당시 영상이 나오자 조선은 고개를 숙이고 양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신음했다. 허리를 숙였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길 반복하던 조선은 혼잣말하며 귀를 막았다.
당초 재판이 시작하기 전 교도관은 조선에게 수갑 등 보호구를 착용시킬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불허해 수갑을 풀었다. 그러나 조선이 숨을 몰아쉬는 등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돌발행동을 할 것을 우려해 수갑을 채우라고 명했다.
검찰, 피의자 자주 한 게임 영상 틀기도
검찰은 조선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반사회적 범행을 저질렀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다. 그러나 조선 측 변호인은 징역형 선고 자체로 조선의 교정 가능성이 높다며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맞섰다.
조선 측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일부 의구심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향후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피고인이 국민 세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정신감정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피고인의 신청을 다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했다. 또 “범행 직후에 한 진술에 대해 모두 내용 부인을 하는 상태에서 뭘 갖고 당시에 심신장애였는가를 판단할지 의문이 든다”며 “오히려 심신장애를 판단하려면 그때 당시 했던 말들이 어땠는지를 감정의가 종합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조선이 자주 했다는 게임 장면 등을 재생하기도 했다. 검찰은 게임에서 ‘점프해서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이 범행 당시 조선의 모습과 유사해 재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사망 피해자의 유족은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선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족은“유일한 형이 이 일로 세상을 떠나게 돼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최대한 큰 형량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조선은 “죄송합니다”라고 되뇌기도 했다.
조선은 지난 7월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같은 날 범행을 위해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절도), 이동을 위해 택시를 무임승차한 혐의(사기)도 있다.
또 지난해 12월 27일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모욕하려는 취지의 글을 올린 혐의도 받는다. 조사에 따르면 은둔 생활을 하던 조선은 모욕죄로 고소를 당한 뒤 범행 나흘 전인 지난 7월 17일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자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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