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수용시설 조사보다 중요한 건 “경청하는 태도”

유민지 2023. 10. 1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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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서감학원 등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실태 조사와 피해자 회복 모두 제자리다.

특히 피해 조사 과정에서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생존자 존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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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김예지‧장혜영‧진선미 의원이 주최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의 해외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유민지 기자

진실화해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서감학원 등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실태 조사와 피해자 회복 모두 제자리다. 특히 피해 조사 과정에서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생존자 존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보다 앞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한 해외 전문가들은 “시설피해 특수성을 이해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김예지‧장혜영‧진선미 의원이 주최한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의 해외동향과 한국의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이상훈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이 좌장을 맡고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김영배 선감학원아동인권침해피해자협의회 회장, 한종선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유가족모임 대표가 참석했다.

2020년 12월 출범한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와 피해자간의 화해와 회복 방안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피해생존자 회복 조치는 미흡하다. 이에 장기간에 걸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 구성원간 신뢰 회복에 집중한 해외 사례를 통해 시스템과 방향을 점검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케이티 라이트 호주 라트로브 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피해 생존자의 침묵을 깨는 것이 진정한 조사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케이티 교수는 “과거에는 복지기관이나 전문가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기에 피해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어도 신빙성을 의심했다”고 비판했다. 케이티 교수는 “그러나 이제 호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조사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며 “피해생존자들의 경험과 증언을 듣지 않는 조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설수용 피해 특성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국장은 “캐나다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전문 조사관이 아닌 사람도 투입했다. 결국 피해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인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술의 거짓 유무를 밝힐 것이 아니라 그들의 피해를 경청하는 것”이라며 “다시 국가를 신뢰하게 만드는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인적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국장은 뉴질랜드의 섬세한 피해 생존자 조사 사례를 언급했다. 최 국장은 “뉴질랜드의 피해 생존자들은 주로 학교나 교회 등 시설에 트라우마가 있다”며 “조사관들은 이를 고려해 비공개 면담을 진행할 때, 교회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만나거나 학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면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유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트라우마를 인지한 채 접근한 뉴질랜드 사례를 한국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 연구위원은 “피해 생존자의 발언에 경청하는 데에서 피해회복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해회복을 진실규명의 후속조치로 생각하기 쉽지만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진술과정이 재트라우마 유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개별 생존자들에 대한 굉장히 세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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