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후동행' vs 경기 '더경기패스'…대선 잠룡 교통정책 격돌

최모란 2023. 10. 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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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 경기패스'를 설명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앞다퉈 수도권 광역교통 문제의 해결사를 자임하고 나서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발표하자 김 지사는 ‘The(더) 경기패스’를 맞불 카드로 꺼내들었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 지사는 “내년 7월부터 더 경기패스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한 경기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서울시의 무제한 대중교통 정책인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경기연구원, 경기교통공사, 경기버스조합 등 전문가들과 논의해 정확한 예산을 산출한 뒤 더 경기패스 추진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각 시군과도 협의할 예정이다.


경기도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


더경기패스 사업은 전국 어디서나 연령 제한 없이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기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내년 7월 도입하는 K패스 사업을 더경기패스와 연계하고 경기도민이 받는 혜택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K패스는 매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60회까지의 교통비를 20%(청년 19~34세는 30%, 저소득층은 53%) 환급해준다. 더경기패스는 30%까지 환급받는 청년 나이 기준을 39세로 늘리고, 60회로 제한된 이용 횟수도 무제한으로 바꿨다. 경기도는 K패스 사업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청소년도 현재 추진하는 ‘경기도 청소년 교통비 지원 사업’을 변경해 교통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반면,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의 교통카드를 사면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이다. 다른 지역에서 운행하는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등 도시철도에선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에 협력을 요청했지만 경기도가 이를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세운 것이다. 오 시장의 일방적 사업 추진과 막대한 예산 소요 등이 난색의 이유다. 내년 1월~5월 기후동행카드 시범 운영만 계산해도 총 7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 지사는 “더 경기패스 사업이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여러 대중교통수단에 따라 요금체계가 서로 다르고 거리비례제가 적용돼 (기후동행카드 같은) 정기권 방식보다는 환급 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더 경기패스는 경기도민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후동행카드 예산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기후동행카드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니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동행카드 도입 시행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월 6만5000원'에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는 내년 1~5월 시범 판매 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뉴스1


730만 표심 달린 뜨거운 감자


두 잠룡이 고질적 문제인 수도권 광역교통 문제로 격돌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직장과 주거의 분리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 문제가 새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가 상승 분위기를 타고 대중교통 요금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대중교통 이용실태 분석’에 따르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인원은 730만명이다. 경기도의 경우 버스 이용객 202만명, 지하철 이용객 69만명 등 하루 평균 271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광역 교통망은 민심 확보 경쟁의 승부처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도와 서울시의 경쟁 양상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더 경기패스 사업은 경기도민만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 지역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 포퓰리즘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이미 국투교통부가K패스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상황인데 서울시와 경기도가 비슷한 교통정책을 중복해서 펼치면 오히려 시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서울·경기·인천 세 지자체가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시는 K패스 사업과의 중복성 문제, 소요 예산, 정책의 지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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