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페미야?”··· 유저들 사상검증에 시달리는 게임업계

박종혁 2023. 10. 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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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종사자에 대한 게임 유저들의 노동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게임업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도 미진한 상황이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청은 게임업계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1만2745명의 청원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작업물과 상관 없는 SNS 활동이 유저의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공격받는 상황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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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노동청에 게임업계 근로감독 요구”
근로자 보호의무 있는 회사가 오히려 불이익 주기도


게임업계 종사자에 대한 게임 유저들의 노동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여성 종사자를 향한 지속적인 괴롭힘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경우 회사가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게임 이용자로부터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을 당했을 때 오히려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당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39세의 청년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게임업계에서 발생한 사이버 불링과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차별 사례를 지난달부터 한 달간 제보받아 이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지난 17일 발표했다.

피해 사례를 알린 사람은 62명으로, 이 중 58명이 20~30대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 제보자가 55명에 달해 남성 제보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게임 이용자에 의해 발생하는 사이버 불링의 심각성 정도를 5점 척도로 묻는 문항에 제보자의 75.8%(47명)가 ‘매우 심각(5점)’으로 답했고 전체 평균은 4.35점으로 ‘심각(4점)’ 수준을 상회했다.

피해 사례 중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회사 직원의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을 찾아내 연락하는 방법으로 괴롭힌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페미니스트인지 여부 등을 묻는 사상검증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제보자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여성 개발자들을 찾아내 ‘페미(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대답하라’는 메시지와 여성이 칼로 난자당한 사진을 지속적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자로부터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은 제보자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2항은 업무와 관련해 제3자의 폭언 등에 노출되는 모든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가 예방 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사이버 불링이 발생해도 회사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46건의 사이버 불링 사례 가운데 회사가 보호조치를 한 경우는 4건에 그쳤다. 아무 조치 없이 방치된 경우가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히려 회사가 직원에게 불이익 조치를 내린 경우도 19건이나 있었다.

한 제보자는 “한 페미니스트 직원에 대한 사이버 불링이 발생하자 회사 관리자가 사내 회의 시간에 (해당 직원을) ‘메갈년’이라고 불렀다”며 “관리자가 다른 부하 직원에게 해당 직원의 SNS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서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여성 직원들의 개인 소셜 미디어를 검열하고 통제한 사례도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이용자들에게 페미니스트로 지목받았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쓰게 하는가 하면 사이버 불링 이후 자진 퇴사 형식으로 사실상 해고한 경우도 있었다.

청년유니온이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실시한 '게임업계 사이버 불링과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차별 실태 제보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유니온 제공


이런 가운데 게임업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도 미진한 상황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안전근로감독이 진행된 4만6199개 사업장 가운데 게임업계 사업장은 1곳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청은 게임업계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1만2745명의 청원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작업물과 상관 없는 SNS 활동이 유저의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공격받는 상황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사례 제보자 가운데 11명이 프리랜서라는 것을 언급하며 “산안법 41조 2항의 ‘근로자’를 ‘근로자 또는 도급인’으로 개정해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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