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분기 성장률 4.9%, 기대 이상 '선방'…한국 영향은?

서지원 2023. 10. 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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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중국 충칭시를 찾은 관광객들. AP=연합뉴스

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경제 둔화 우려 속에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은 성적표다. 한국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전망이 중국의 회복세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도 희소식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투자 위축이 지속하면 한국 경제가 훈풍을 느끼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4.4%)를 웃돈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로는 2분기(0.5%)보다 3분기(1.3%)에 성장을 가속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 2분기 6.3% 성장했으나,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2분기 저조한 실적을 받은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3분기 깜짝 반등은 되살아난 소비의 기여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매 판매는 1년 전보다 5.5% 증가해 시장 전망치(4.5~4.9%)를 상회했다. 중국이 내수 활성화를 꾀하며 내놓은 관광ㆍ소비 촉진 정책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여기에 4분기에는 국경절 연휴와 중국의 최대 쇼핑 성수기인 광군제(11월)가 있다. 내수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재민 기자

산업 생산에서도 중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4.5% 증가해 시장 전망치(4.4%)를 소폭 웃돌았다. 앞서 나온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6개월 만에 50을 넘어섰다. PMI는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이에 관해 궈타이쥔안 인터내셔널의 저우 하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성장 둔화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단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이 대체로 바닥을 쳤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 5%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올해(1~9월) 들어 중국의 GDP는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91조3027억 위안(약 1경6883조)을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가통계국은 “3분기 국민경제는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질적 발전이 추진돼 연간 발전 복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다음 단계에선 국내 수요 확대에 중점을 두고 경제 주체의 활력을 자극하며,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ㆍ도로ㆍ전력망ㆍ부동산 등 자본투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는 1~9월 누적 3.1% 증가했다. 예상치인 3.2%를 소폭 밑돌았다. 발표가 중단된 청년실업률은 역시 이달에도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의 도시실업률은 9월 5.0%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부동산은 시장은 여전히 회복 조짐이 없다는 점이 중국 경제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올해 1~3분기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9.1% 감소했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을 비롯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위축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동산 침체가 중국의 GDP를 하락시킬 수 있다며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2%에서 5%로 낮췄다. 내년도 4.5%에서 4.2%로 낮췄다. 이에 중국은 주택담보대출 인하, 구매 제한 완화 등의 부동산 정책과 재정ㆍ금융지원책 등의 정책을 계속 펼쳐나갈 예정이다.

중국의 4분기 경기에 대해서는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부동산 위기가 현실화되고, 미ㆍ중 갈등이 심화하면 중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노무라홀딩스의 루팅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부양책이 없다면) 경기의 일시적 회복과 침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경제가 아직 바닥이라고 보긴 이르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에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는 단기적으로 한국에 긍정적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큰 만큼 수출이 늘면 그만큼 경제 성장률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소비가 예상을 웃돌게 증가했다는 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라며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도 늘어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보다는 높았지만, 수출과 산업 투자 등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점에서다.

미ㆍ중 갈등은 물론, 중동 지역의 전쟁과 이에 따른 국제 금융ㆍ원자재 시장의 불안도 중국 경제에 불확실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한국이 올해 ‘상저하고’ 효과를 기대할 만큼 큰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국의 기술 경쟁력도 높아진 상황에서 대중국 수출 회복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장기적으로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산업에 대한 투자로 중국과의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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