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전쟁이 시작되는 곳" 유령 복장하고 무기박람회 '기습'
[복건우, 유성호 기자]
▲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들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장 방산업체 부스에서 전쟁 범죄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의상과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영상을 보여주며 무기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하다가 보안요원에 의해 제지 당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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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최대 무기 박람회에 유령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부스 앞에서 이들은 아무런 구호도 외치지 않고 침묵의 항의 시위를 벌였다. 국제 무기 거래를 비판한 이들의 시위는 주최 측에 의해 즉시 제지돼 2분여 만에 종료됐다.
이날 유령 시위를 벌인 이들은 아덱스저항행동 소속 활동가들이었다 이들은 18일 오후 3시께 '서울 아덱스(ADEX,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이 한창인 경기 성남 서울공항 실내 전시장에서 기습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아덱스저항행동은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등 5개 반전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들로 구성된 시민사회 연합체다. 2013년부터 전시회을 찾아 단체행동을 벌이는 등 무기 거래·수출에 반대하는 활동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 반전 활동가들 서울 아덱스 침묵시위, 주최 측 제지로 2분 만에 쫓겨나 ⓒ 유성호 |
유령 복장을 한 이들은 이번 전시회를 "전쟁과 인권침해를 부추기는 죽음의 시장"으로 규정하고 "전쟁범죄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망령"을 자처했다. 이들이 든 노트북과 아이패드에는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활동가들은 주최 측 제지로 2분여 만에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왔다. 이들은 록히드마틴 부스를 출발해 이스라엘 방산업체를 지나 한화 관으로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시작하자마자 주최 측에 가로막혔다. 아덱스 운영본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위험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질서유지 및 업무방해 등을 고려해 (활동가들을) 행사장 바깥으로 모셨다"고 했다.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행사장에서 쫓겨난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입장할 때부터 검색대에서 가방을 스캔해 정치적 문구가 적힌 물건을 가져오지 못하게 막았다. 우리는 어떤 구호도 외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며 "이곳에서 사고 팔리는 모든 것들은 그저 티브이(TV)나 자동차 같은 물건이 아니다. 사람들을 죽이고 다치게 하는 살상 무기다"라고 지적했다.
러우 전쟁 장기화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활동가들은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전시회 행사장 안팎에서 "살상무기 거래·판매뿐 아니라 전시회 개최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장 방산업체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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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각종 군사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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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각종 군사 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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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공항 실내 전시장은 국내외 군인들과 방위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관람객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전투기와 미사일 모형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주최 측은 22일까지 엿새간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 약 3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방부와 육·해·공군·해병대 등이 후원하는 서울 아덱스는 한국 군수산업의 육성·발전과 무기 수출을 목적으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무기 전시회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의 경우 34개국 550개사가 참가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다. 17일 개막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방위산업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덱스 저항행동이 무기 전시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들에 따르면, 서울 아덱스는 각국 군 대표단과 정부 관계자들이 전 세계 무기업체들을 만나 전투기, 전차, 미사일 등 살상 무기를 사고파는, "전쟁 장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수록 더 많은 무기가 수출·거래되고, 전쟁으로 피 흘리는 죽음의 현장은 오히려 가려진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여지우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한국산 무기는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 그곳 민중들의 민주화 시위와 분리독립을 억압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들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장 방산업체 부스에서 전쟁 범죄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의상과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영상을 보여주며 무기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하다가 보안요원에 의해 제지 당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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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들이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장 방산업체 부스에서 전쟁 범죄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의상과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영상을 보여주며 무기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하다가 보안요원에 의해 제지 당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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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한국에서 대규모 무기 전시회가 열리는 것을 비판했다. 주최 측이 발표한 참가사 명단을 보면, 이스라엘 대공 방어 체계 '아이언돔'을 개발한 라파엘을 포함해 3대 방산업체로 꼽히는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엘빗시스템 등 이스라엘 업체 12곳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여 활동가는 "무기 거래 전시회는 전쟁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이스라엘 방산업체들의 무기는 실제 사람들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 전시회에선 '실전 능력이 검증됐다'는 걸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무기 전시회가 없으면 무기 거래도 전쟁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시위를 마친 활동가들은 '아시아 디펜스 마켓 브리핑(Asia Defense Market Briefing)' 세미나가 열리는 19일과 에어쇼가 진행되는 21일에도 무기 거래와 기후위기 등을 주제로 단체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오는 21일과 22일 이틀간 열리는 행사는 일반 관람객에게도 공개된다.
아덱스 저항행동은 오는 22일까지 '서울 ADEX 2023' 주최를 반대하는 탄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500여 명의 탄원이 모였다. 여 활동가는 "아덱스 운영본부장, 국방부 장관, 방위사업청장에게 탄원을 모아서 전달할 예정"이라며 "외부 침입이 있을 때 폭력적인 저항도 가능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비폭력적 방식의 저항도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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