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읽어주는 남자’ 차준희 교수의 ‘시인의 영성’

우성규 2023. 10. 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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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시인의 영성’ 1~3권 완간한 차준희 한세대 구약학 교수

차준희 한세대 구약학 교수. 사진=서영희 기자


종교개혁가 장 칼뱅은 시편을 일컬어 “영혼의 해부도”라고 불렀다. 마르틴 루터도 시편을 향해 “성경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도 짧게 집약된 일종의 작은 성경”이라고 표현했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순교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오늘날 교회가 시편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비할 바 없는 보물들이 시편과 함께 사라졌다”면서 “시편 기도가 다시 회복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약학의 권위자 차준희(62) 한세대 교수가 2017년 언론 기고 등으로 시작한 시편 해설이 ‘시인의 영성’(새물결플러스) 1~3권으로 묶여 완간됐다. 시편 1편 ‘복 있는 사람’에서 시작해 50편까지 다룬 1권은 2021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엔 51편에서 100편까지 다룬 2권을 선보였고 최근엔 101편부터 150편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할렐루야’로 마무리되는 3권이 출간됐다. 한세대 신학대학원 원우들과 시편 연구 세미나를 개설해 함께 낭독함으로써 ‘시편 읽어주는 남자’로도 불린 차 교수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구약성경은 오경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로 구분됩니다. 오경과 역사서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에서 행하신 구원의 ‘행동’을 보여주고 예언서가 ‘말씀’을 기록했다면 시가서, 그중에서도 시편은 하나님의 구원 ‘행동’과 ‘말씀’에 대한 인간의 ‘응답’입니다. 성경 대부분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하나님의 계시’라면, 시편은 아래에서 위로 보내는 ‘인간의 응답’을 찬양시 탄원시 감사시 지혜시 등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찬양과 기도는 인간이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시편이 바로 찬양과 기도의 전범입니다.”


책은 시편 1편에서 150편까지 각각 양식-구조-내용-메시지 순서로 해설한다. 목회자와 성도들이 하루 한편씩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차 교수는 독일의 시편연구 권위자 F 호스펠트와 E 쳉어를 비롯해 미국 영국 한국 등의 전문주석서 30여종을 매주 수백 페이지씩 읽고 신대원 원우들과 세미나를 거쳐 원고를 작성했다. 차 교수는 “신학자는 학문과 교회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늘 분주한 설교자들이 짧은 시간에 시편의 내용과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시편을 묵상하는 성도들께도 좋은 안내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술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시편 42편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42편 5절은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라고 노래한다. 시인의 내면에서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대목이다. 주변의 조롱을 받고 고립되어 절망에 사로잡힌 ‘낙담하는 자아’와 예배를 기대하고 희망에 가득 찬 ‘격려하는 자아’가 맞닥뜨린다. ‘불안의 자아’와 ‘믿음의 자아’가 공존하는 상황, 우리의 내면이 그렇다.

차 교수는 “신앙은 믿음의 자아가 불안의 자아를 넘어설 때 작동하며 이 순간 비로소 새로운 영적 생명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재난 참사 핍박 등으로 하나님의 부재처럼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과거에 현존한 하나님을 기억하고 미래에도 활동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는 것이 곧 신앙이라고 정의한다.


‘구약 전도사’를 자처하는 차 교수는 2007년 한국구약학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호세아 아모스 미가 등을 다룬 ‘열두 예언자의 영성’(새물결플러스)과 ‘교회 다니면서 십계명도 몰라?’(국제제자훈련원) 등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열두 예언자의 영성’은 구약 시대 소선지자들에게서 발견하는 정의 긍휼 신실의 가치를 논하는 책이며, 십계명을 다시 풀이한 책 역시 쉽게 읽는 신앙의 기초 시리즈로 사랑을 받고 있다. 차 교수의 평생 지향점인 신학과 신앙의 가교 역할에 충실한 책이다.

차 교수는 “지금까지 60여권의 책을 썼는데 한 권씩 바닥부터 놓으면 가슴 높이까지 온다”면서 “앞으로 저의 키만큼, 즉 머리까지 쌓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을 저술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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