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린다는데…'신설' 요구하며 삭발하는 민주당 속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번엔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열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반대(윤재갑, 3월)와 양곡관리법 개정안 공포 촉구(신정훈·이원택, 4월), 새만금 SOC 예산삭감 항의(전북 지역 의원 7명, 9월)에 이은 올해 4번째 삭발 투쟁이다.
민주당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과 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은 8일 오후 각각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전남지역 의대 신설을 호소하며 삭발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과 김승남·김원이·김회재·서삼석·소병철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정원을 늘린다 한들, 전남권 의대 신설 없이는 전남의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충할 수 없다”며 전남권 의대 신설을 요구했다.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광역 시·도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권 의원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에 ‘지역 의대 신설’ 요구를 얹은 모양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35년 대학 입시부터 순차적으로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필수 공공 지역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 지역 의사제 도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그간 민주당의 화두였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선 2020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의사들의 집단 반발과 코로나19가 겹치며 중단했다. 그런 민주당이 ‘의대정원 확대’를 단순히 찬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 건 2006년 이후 19년만의 정원 확대라는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의대 신설’로 프레임을 전환해 이슈 주도권을 가져오는 중”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보건의료 이슈에 포괄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나 민주당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야권 텃밭인 호남의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기회로도 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의대 정원 증원만 하고 의대 신설은 안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정책 목표가 공공의료 확충이라면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의료인력을 늘려주는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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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동시에 여권이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전환용 카드로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감추지 않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가가 지방의료원을 지원하는 지역 거점 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 예산이 2024년 예산에서도 100억 가까이 줄어든 채 국회에 제출됐다”며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 기조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한편, 공교롭게도 올해 민주당에서 삭발식을 감행한 12명은 모두 호남이 지역구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내년 총선에 대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호남은 경선 단계부터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앞세워 삭발 등으로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과시하려한다는 해석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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