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尹,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10일 퇴임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62·사법연수원 15기)을 18일 지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이같이 발표하면서 “이 후보자는 29년간 법관으로, 또 5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했고 실력과 기품을 갖춘 명망 있는 법조인”이라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직 헌법재판관으로서 뚜렷한 소신과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 수호에 앞장서 왔다”며 “앞으로 헌재를 이끌며 확고한 헌법 수호 의지와 따뜻한 인권 보호 정신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과 통합을 빈틈없이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 출신인 그는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30년 가까이 법관으로 일하면서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 서울고법 수석부장, 수원지방법원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주관을 잘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성격으로 법원 내에서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2018년 10월 헌법재판관에 취임했으며,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의 권한쟁의심판에서는 입법 취소 의견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헌법소원에서는 위헌 의견을 냈다. 지난 7월 재판관 전원일치 기각 결정이 나왔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사건에서 주심을 맡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를 나왔으니 어지간한 법조인이라면 윤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친분이 있지 않겠나. 단지 대통령과 대학 동기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것이 바로 불공정”이라며 “대통령과의 인연보다는 후보자가 헌재를 잘 이끌지, 역사적 소명 의식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고 전했다.
문제는 임기인데,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지만 소장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이미 5년간 재판관을 한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남은 약 1년의 잔여 임기만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직 재판관 중 소장으로 임명된 박한철·이진성 경우에도 이런 관례에 따라 잔여 임기만 소장직을 수행했다. 유남석 현 헌재소장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임기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 후보자를 찾는 게 쉽지 않고 또 국회에서 승인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소장도 국회 동의가 필수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임기 연장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헌재소장은 연임 조항이 없지만, 재판관은 연임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이 재판관의 재판관직을 연임시키며 자연스레 헌재소장 임기를 늘리는 방안이다. 다만 이때도 재판관 연임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1988년 헌법재판소 신설 이후 연임 사례는 2명(김진우·김문희 재판관)이 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임 여부는 그때(내년 10월) 가서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말하기는 빠르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 친구의 ‘절친’이라는 이유로 부적격자를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대학교 같은 과 동기 친구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했다”며 “헌재소장의 자격을 갖췄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도 거론돼 왔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장 후보자도 열심히 찾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국회 동의를 얻겠다”고 말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부결된 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23일째(18일 기준) 이어지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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