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신종사기 주의보..."피해액만 100억"
韓 금융당국, 자산동결권한 없어…신속대응 제한
[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
<앵커> 올 들어 신규 상장기업의 투자성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노리고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대담한 사기극을 벌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증권사인것처럼 속여 모의투자앱을 통해 공모주 청약을 받고, 투자한 돈을 돌려주지 않는 수법인데요.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50여명에 피해금액은 100억 원이나 됩니다.
수사나 조사도 더뎌서 피해자들만 발을 동동거리는 실정입니다. 정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달 초 투자자 A씨는 유명 투자정보 플랫폼에서 솔깃한 광고를 보게 됩니다.
처음엔 주식 공부를 함께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외국계 증권사를 이용하면 보다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제안이 이어졌습니다.
소개받은 증권사 어플리케이션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었고, 광고가 게재된 플랫폼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에 A씨는 큰 의심 없이 해당 앱에 가입해 두산로보틱스 공모주를 청약했습니다.
그렇게 A씨가 투자한 금액은 약 2억 4천만 원. 한 달여 만에 수백퍼센트 수익을 내며 계좌 잔고엔 18억 원 넘는 금액이 찍혔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금을 하려 하자 일제히 출금이 거부됐습니다. 알고 보니 모의투자앱을 사용한 사기였습니다.
[A씨 / 공모주 신종사기 피해자 : 반복적으로 수익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올라오니 마음이 흔들리는 거죠. 돈이 다 들어가고 나니 출금이 되지 않는 순간부터 '아 이건 사기다' 명백한 사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죠.]
A씨와 같이 해당 앱을 통해 피해를 본 투자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인원만 50여명.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약 100억 원에 달합니다.
A씨는 10월초 해당 사건을 신고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 A씨는 일당이 여전히 배짱을 부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A씨 / 공모주 신종사기 피해자 : 피해자들을 가지고 아직도 놀고 있어요. 판결문, 공소장 보여주면서 누가 신고를 해서 자기가 잡혀갔다. 피해보상을 해라 이런식으로 피해자들을 또다시 우롱하고 있단 말이죠.]
현재 금융감독원은 8월부터 자체적으로 암행점검반을 꾸리고, 경찰청 국수본과 협조해 불공정 거래행위 단속에 들어가 있지만 이번 신종사기의 경우 수사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보이스피싱의 경우, 피해 의심 신고를 통해 즉시 계좌 동결이 가능하지만 주식 투자 사기의 경우에는 예외 조항이 있어 계좌동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황현종 / 더와이즈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어요. 주식 투자 사기는 정보를 제공해주겠다거나 어떤 서비스를 주겠다거나하면, 단서 조항에 해당해서 바로 정지가 안 될 수 있는 것이죠.]
정부와 관련기관이 자산동결 권한을 보유한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검찰이 법원 허가를 받아야만 자산 동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정부와 감독당국이 "무관용 원칙으로 불공정거래를 근절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법의 틈새를 악용한 신종 사기에 선량한 피해자만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영상취재 : 이성근, 영상편집 : 김준호, CG : 이혜정
정호진 기자 auv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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