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학생들하고 학교 다니기 싫어요"…갈등 심화, 분리정책도 고민할 때

김인희 2023. 10. 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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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다문화가정 학생 100명당 2명에서 3명으로 증가…서울시 학생통계연감 분석
일부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한 학급에 5~6명이 다문화가정 학생
학생 "중국인 가정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얘기…자기들끼리는 잘 뭉쳐, 소수집단 의식"
전문가 "과거 1% 미만일때는 빠른 적응만 생각, 현재는 집단화되는 상황…학급분리·별도 학교 필요"
다문화가정 학생이 있는 학교에서의 수업진행 모습ⓒ연합뉴스

서울시내 학생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다문화가정(국제결혼가정 및 외국인가정) 학생 수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중학교 한 학급에서 5~6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인 사례도 있으며 이로 인한 교내 갈등으로 학부모들이 해당 지역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획일적인 동화정책 보다는 분리정책도 고민해 볼 때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시의 학생통계연감을 분석한 결과 2018년 1만6023명이었던 서울시내 초·중·고교의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2022년 1만9351명으로 2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초·중·고교 전체 학생 수가 90만684명에서 80만6340명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4년 사이에 다문화학생이 학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서 2.4%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다문화학생이 거의 없다시피 한 특수목적고·특성화고·자율고 학생 수를 모수에서 제외하면 지난해 일반 초·중·고교에서의 다문화가정 학생 비중은 3.2%까지 올라간다. 30명 중 1명인 셈이다.

특히 서울내에서도 외국인 밀집 지역인 구로구·영등포구·금천구에서 다문화가정 학생 비중이 높았다. 구로구의 경우 2022년 관내 전체 중학생 수 8064명 중 570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7.1%로 중학교 한 학급이 보통 23~24명으로 구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 반에 평균적으로 1.5명의 다문화가정 학생이 있는 것이다.

구로구와 인접해있는 영등포구 역시 2022년 관내 전체 중학생 6355명 중 365명(5.7%)이 다문화가정 학생이었다. 특히 영등포구에서는 이들 다문화가정에서 외국인 가정(255명)이 국제결혼가정(110명)보다 훨씬 많았는데, 이는 영등포구 대림동으로 대표되는 중국인 밀집 지역에 중국인 가정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학군에 민감한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2022년 서울시의 '전입지역별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교육'을 이유로 이사한 8만2606건의 전입 중에서 구로구(1320건), 영등포구(1826건), 금천구(791건)를 모두 합쳐도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전통적 교육특구로 알려진 강남구 한 곳에서만 지난해 교육 목적의 전입이 6049건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런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나쁜 학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런 현실을 단순히 '외국인 혐오'로 볼 수 있을까. 해당 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인식이 단순한 고정관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영등포구 소재 한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A군의 학급인원 22명 중 5명은 중국인 가정 자녀다. 학년 전체로는 6개 반 120여 명 중 25명 이상이 중국인 가정 자녀다. 이들은 조선족이기에 한국어로 의사소통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학급 친구들 전체와 어울리기보다는 따로 뭉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인다.

A군은 "한국말을 잘 못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말을 잘 하니까 한국어로 얘기해도 되는데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따로 얘기할 때가 많다"며 "아무래도 중국어를 모르는 다른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A군은 "보통 초등학교때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면 다른 반 친구들과는 잘 교류하지 않는데, 중국인 가정 친구들은 반이 다르더라도 자기들끼리 잘 뭉친다"며 "중국인이라고 해서 딱히 차별하거나 따돌리는 건 아닌데도 자기들이 소수집단이라고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학교 면학 분위기도 저하된다. 구로구의 한 중학교 역시 1학년 전체 176명 중 30여 명이 중국인 가정 자녀다. 인근에서 다문화가정 학생 비중이 가장 높은 학교이기도 하다. 이 학교에 재학중인 B군은 "중국에서 온 친구들 중에서는 '어차피 어른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있다"며 "이런 친구들은 과제도 잘 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그냥 깨우지 않고 방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1세기미래교육연합의 조형곤 공동대표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다문화가정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교육에 있어서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며 "과거 다문화가정 학생이 1% 미만이었을 때는 같이 섞어놓고 가르치는 것이 한국 사회에 빠른 적응을 돕는 방법이었지만, 다문화가정 학생이 급속도로 늘고 이들이 집단화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학급 분리나 별도의 학교 설립 등 분리하는 정책이 학교 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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