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비밀 꿀팁 있다…기업 '공홈'에 월 84만 명 방문, 무슨 일
〈가장 많이 본 톱 10〉 1 너클볼 마스터 2 밥이 되어버린 빵 3 기본에 충실한 의류….
언론사 혹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홈페이지를 연상케 하는 이 온라인 사이트는 이랜드의 공식 홈페이지다. 스크롤을 내리면 ‘엄마들의 비밀 꿀팁’, ‘연인들이 함께 보는’,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등의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콘텐트들이 나온다. 이 가운데 ‘아이와 강아지가 사는 집’이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하니 3040 고객인 다은맘이 직접 쓴 ‘애개육아’ 일기와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유통업체들이 기존의 공식을 깬 온라인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상품과 브랜드를 직접 홍보하기보다 공감가는 콘텐트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채널과 콘텐트 내용도 다양해졌다.
이랜드는 많은 기업이 유튜브에 집중할 때 기존의 공식 홈페이지를 재단장해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지난해 6월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매거진형 콘텐트를 주요 콘텐트로 내세운 이후 월 8000명이던 방문자 수가 월 84만 명(올해 9월 기준)으로 늘었다. 개편 후 1년간의 누적 방문자 수는 800만 명에 이른다.
매주 신규 콘텐트 3개 꼬박꼬박 올려
회사는 기업 포맷을 벗어나 콘텐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과 색감으로 홈페이지를 꾸민 것과 매주 꼬박꼬박 새로운 콘텐트 3개를 올린 것을 성공 비결로 봤다. 콘텐트는 크게 이랜드 명품 쇼핑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 본부장 등이 알려주는 합리적 소비 꿀팁, 이랜드가 30년 동안 모아온 대중문화 소장품 스토리, 3040 엄마들이 직접 쓴 레시피와 육아 일기 등으로 구성된다. ‘트렌드 조사-소재 선정-취재와 인터뷰-글 작성과 사진 편집-피드백’ 등 3명의 팀원이 콘텐트를 제작하고 올리는 과정이 콘텐트 전문 기업 못지않다.
한우석 이랜드 본부장은 “모든 기업이 홈페이지를 운영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냥 있으니까 존재하는 사이트’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만 들르는 곳’이 됐다”며 “기업이 궁금해 들어온 고객들에 단순 기업 정보 외에 알차고 재미있는 콘텐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산업은 과거 100만 명 넘는 팔로워를 지닌 기업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의 숨은 실력자다. 이 회사는 2011년부터 9년 동안 페이스북을 운영했지만 이벤트에 이끌려 온 허수 고객이 아닌 콘텐트를 진심으로 소비하는 진성 고객을 모으기 위해 유튜브로 방향을 틀었다.
공식 유튜브 ‘동원TV’는 구독자 수가 1만여 명 남짓이지만 영상 조회 수는 10만~50만 회를 기록 중이다. 특히 김·연어·고기 등의 동원 제품을 초접사로 보여주는 ‘전지적 동원 시점’, 전국의 공장 내부를 샅샅이 공개하는 ‘대동원지도’ 등의 코너가 2030세대에 인기다.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 다른 대기업 그룹이나 대형 식품회사 등에서 유튜브 운영 전략을 배우러 오기도 한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기업 유튜브는 팬덤 형성이 어렵다”며 “이벤트로 유튜브 구독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대신 그 비용을 콘텐트 질을 높이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유튜브 성공 전략 중 하나는 자율성 보장이다. “기업 유튜브가 성공하려면 회사의 자본력, 임원의 무관심, 담당자의 정보력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자율성은 유튜브 운영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동원산업에서는 3명의 회사 소속 담당자가 기획부터 편집까지 도맡아 하는데 낯선 내용이어도 경영진의 반대가 거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편의점 업계의 상품·서비스 전면 홍보가 아닌 MZ 세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콘텐트 제작 전략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CU가 선보인 웹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편의점 뚝딱이’는 누적 조회 수 3억회를 달성했으며 최근 유튜브 광고제 ‘2023 유튜브 웍스 어워즈’에서 최고 작품상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GS25는 숫자 2와 5가 들어간 ‘이리오너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숏츠 콘텐트를 선보여 구독자 수 105만 명을 기록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품 노출보다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신선한 에피소드를 1분 이내로 밀도 있게 담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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