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말하고 행사서 270명 일일이 악수…확 달라진 尹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가 달라졌다. 각종 행사에서 ‘공산주의’나 ‘반국가세력’을 거론했던 윤 대통령이 ‘공감’과 ‘반성’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국민은 왕이다. 늘 옳다”며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분골쇄신하라”고 주문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이같은 지시를 전하며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 챙겨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모습에서도 변화는 감지됐다. 지난해 경찰의날 기념사에서 “법질서를 바로 세울 때 국민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자유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올해 기념사에선 자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안전·민생·치안과 같이 국민의 삶과 밀접한 단어들을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 조직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스토킹과 같이 약자를 상대로 하는 범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촘촘히 놓여있던 의자 열을 비집고 들어가 270여명의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엔 반성이란 말도 썼다. 90여명이 참석한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 만찬 때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원회의 활동과 정책 제언은 저에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며 “이것이 얼마나 정책집행으로 이어졌는지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은 전문성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어려움을 공감해야 한다”며 “위원회의 다양한 정책 제언을 당과 내각에서 꼼꼼하게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시민 간의 연대를 언급하며 “삶이 어려울 때 좀 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줘, 그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대라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이 또한 두 달 전인 8월, 통합위 1주년 업무보고를 받을 때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러한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했던 것과는 발언의 결이 바뀌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변화는 결국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여권 내 시각이다. 대통령실도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반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은 왕이라는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 회의에서도 단어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왜 우리가 열심히 했는데 몰라주냐’‘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이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공개 석상에서 윤 대통령이 이념을 강조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이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젠 물가 등 국민들의 어려움을 정조준한 이야기를 꺼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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