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홍현희

이재희 2023. 10.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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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의외’인 사람이고 싶어요." 대중의 웃음을 지키던 홍현희가 또 하나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아들 준범의 웃음이다. 든든한 엄마와 유쾌한 아내, 대세 개그우먼이자 유튜버.... 점점 늘어나는 이름만큼 나날이 새로워지는 홍현희.
현희가 입은 리본 포인트의 블랙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Comme des Garcons. 레이스 스커트는 Dew E Dew E. 플랫폼 슬라이드는 Balenciaga. 준범이 입은 니트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Thom Browne. 스니커즈는 Converse.

Q : 아들과 함께한 첫 화보 촬영입니다. 훗날 준범이가 사진을 보고 무슨 말을 해 줄 것 같나요

A : ‘와, 엄마 진짜 피곤한 스타일이다(웃음).’ 제 안의 아름다움을 마구 꺼내보았습니다. 이 순간에만 기록할 수 있는 모습이 담겨서 좋네요. 스태프들에게 미안한 엄마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 이 와중에 좋은 사진은 뽑고 싶어서 홀로 카메라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제 욕망까지. 그래도 훗날 그때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고, 준범이와 이날을 추억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 한팔로 준범이를 안아든 컷을 찍을 때 표정이 정말 프로다웠어요. 팔은 꽤 아파보였지만

A : 팔 부들거리는 거 보셨죠? 출산하면 3개월 만에 뼈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는데, 저는 골밀도가 아직 ‘마이너스’예요. 칼슘도 이제 챙겨 먹기 시작 했는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낳을 걸 싶었습니다.

Q : 남편이자 준범 아빠 제이쓴은 어떤 응원의 말을 해줬나요

A : 이쓴 씨는 준범이와 사진 촬영을 한번 해봤거든요. “쉽지 않을 거야”라던데, 이렇게 부부가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아까도 전화 와서 “어때?”라고 묻길래 “쉽지 않아”라고 답했죠(웃음).

언밸런스 디자인의 데님 톱과 스커트는 모두 No/Faith Studios by Samplas. 헤드기어 이어 피스는 Portrait Report. 톱과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얼마 전 준범이의 돌이었어요. 준범이와의 일 년, 어떤 시간이었나요

A : 한 마디로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저 ‘귀한분’을 모신다고 말할까 봐요. 이제 무언가 해드릴 수 있겠다 싶을 때 아빠가 떠나셨어요. ‘다음에는 꼭 내 아들로 태어나’라고 말했고요. 그런 마음으로 하루 하루 돌봐요. 가끔 힘들고 짜증날 때도 그 말을 떠올리면 힘들지 않아요. 이별을 갑작스럽게 겪었기 때문인지 이 순간도 빨리 지나가버릴 것 같고. 물론 아빠는 아빠고 준범이는 준범이지만, 아빠를 대하는 마음 비슷하게 준범이를 대해요.

Q : 남편 제이쓴과의 오 년은요

A : 제가 밖에서 일할 때는 표현도 잘하고 주변을 잘챙기는데, 의외로 가족 앞에서나 집에서는 조용해지는 편이에요. 내성적인 면도 있고 감정 표현도 서툴고요. 이쓴 씨는 그런 저를 끄집어내요. “오늘 어떤 일이 행복했어?” “현희야. 오늘 친구랑 즐거웠어?” 처음에는 이 질문들이 생소했어요. 내 일과에서 기쁨과 슬픔을 묻다니! 감성이 풍부해지고 솔직해졌습니다. 상대가 기분 나쁠 것 같으니 말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도 솔직하게 얘기하게 되니까, 막상 그 순간은 불편하고 어려워도 금방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저를 성장시키는 사람이에요. 이쓴 씨가 “별거 아니야”라고 얘기해 주면 진짜 그렇게 된다니까요.

Q : 준범 아빠로서 새삼 반한 순간도 있었을까요

A : 제가 처음에는 육아에 자신 없다고 했어요. 누군가를 키우고 성장시키기에 부족한 사람이라 느껴졌거든요. 이쓴 씨가 있어 용기 낼 수 있었죠. 지금도 엄마로서 마음이 조급해 보이면 “현희야, 육아는 장기전이야. 의욕만큼 아이가 따라주지 않을 텐데 너처럼 하면 금방 지쳐”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에요.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도 너무 작으니까 차마 안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쓴 씨는“네가 이 아이를 온전히 용기 내서 돌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라며 100일간 자신이 돌봤어요. 가끔 준범이에게 “너는 이쓴이 같은 아빠가 있어 참 좋겠다”라고 말해줘요.

준범이 입은 베이비 올오버는 Marine Serre.

Q : 준범이가 가장 귀여울 때,벅찰 때를 하나씩 꼽아볼까요

A : 저를 보고 웃을 때. 그 웃음이 너무 해맑아서 이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고 늘 생각하죠. 벅찬 건 나름 육아를 공부하고 배운 것들이 내 맘처럼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이론과 실제는 다르고, 아이들은 저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니 어쩌면 정답이란 건 없는 거죠.

Q : 육아 상담 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새끼〉 패널로 출연하며 배우는 점도 많겠습니다

A : 실질적인 부분도 물론이지만 일단 곁에 오 박사님이 계신다는 것 자체가! 신애라 언니, 장영란 언니, 정형돈 오빠도 꼭 친정 언니나 오빠처럼 든든합니다. 의문을 하나 던지면 답변이 네 개가 나와요!

Q : 엄마가 되고 예능인으로서 정의하는 ‘웃음’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했나요

A : 제가 좀 발랄하고 까부는 이미지를 갖고 있잖아요. 근데 엄마가 되고 보니 이런 개그들이 어울리지 않나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러면 이쓴 씨는 “네 직업이 개그우먼인데 거기에 ‘엄마’가 왜 붙어?”라고 말해요. 장난꾸러기 같은 캐릭터가 세상 힘듦을 다 품으면 누가 웃겠냐고, 제가 해맑게 웃어야 사람들이 같이 웃는 거라면서요. 어쩌면 편견을 가진 건 저였죠.

불꽃 프린트의 점프수트는 Acne Studios. 슈즈는 Namilia. 이어 피스는 Heaven.

Q : 결혼이 커리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여성도 많은데요. 홍현희에게 결혼과 출산은 어쩌면 ‘커리어 하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A : 결혼하고 일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까도 까도’나오는 제 매력들이 더 잘 보이나 봐요! 공개 연애할 때도 사람 좋은 이쓴 씨가 저를 선택했다니까 저 여자는 누군지, 무슨 매력이 있을지 궁금해하며 눈여겨 보는 시선이 많아졌어요. 대중이 제이쓴의 시선으로 제 귀엽고 매력적인 면을 발견하기 시작한 거죠. 누군가 농담으로 현희의 ‘성격’만 봤냐고 장난쳐도 이쓴 씨가 “제 눈에는 너무 예쁜데요”라며 저에 대한 확신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니까 이후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더군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나를 존중하니까요. 그런데 이쓴 씨는 또 객관적이라 “절대적인 미의 기준으로는 솔직히 아니지, 현희야. 나도 보는 눈이 있어”라고 단호히 덧붙입니다(웃음).

Q : 오늘도 느꼈지만, 일을 참 진심으로 하는 사람 같아요. 오늘 함께 촬영한 〈전지적참견시점〉팀도 물론이고,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준비했던 소품과 의상 하나하나를 보면서도 느꼈습니다

A : 책임감이 강한 편이긴해요. 저로 인해 뭔가 잘못되거나 어그러지는 걸 못 봐요. 가끔 제작진이 신경 쓸 부분까지 더 신경쓰기도 해요. 예를 들어 송은이 선배가 카페를 오픈했으니 사자놀이나 사물놀이패를 부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후 제작진에게 맡기기 보다 제가 불러요. 나 재밌자고 하는 건데 제작비도 내야죠. 재미에 투자하는 거지(웃음). 열정이나 애정, 책임감이 제 무기예요. 그래서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일할 수 있는 게 아닌지.

Q : 웹 예능 〈네고왕 시즌5〉에서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속시원한 가격 협상에 ‘논리 있는 깡패’라 불렸죠

A : ‘네고’도 물론이지만 지난 시즌 광희 씨, 영란 언니, 딘딘 씨, 슬리피 씨 모두 잘해왔으니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었는데요. 그냥 가서 떠들게 돼요. 협상하기 전에 시민들과 인터뷰했던 말이 하나하나 다 생각나거든요. 그런 소통이 커리어의 원동력이고요. 진짜 진심으로 깎습니다. 요즘 협상이 제2의 직업 같기도 한데. 잘한다니 또 다른 커리어를 얻은 기분이에요.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잘 얘기하고, 설득하는 힘이 생겼다!

현희가 입은 레오퍼드 패턴의 에코 퍼 코트는 Ferragamo. 네크리스와 이어 커프는 모두 Portrait Report. 준범이 입은 베이비 올오버는 Marine Serre.

Q : 개그우먼이자 예능인, 유튜버, 아내, 엄마까지. 당신 이름의 개수가 점차 늘어갑니다. 홍현희는 어디까지 나아갈 것 같나요

A : 그간 정상을 바라보며 달려왔다면 이제 평지에 머물러 보는 중 입니다. 그래야 일을 오래하지 않겠어요? 하하. 전에는 MC를 맡아야 꼭 정상에 오른 것 같고, 10년 일하면 대상을 받아야 성공한 것 같았거든요. 목표와 성공 기준이 명확했다면 지금은 그 경계가 희미하고 무의미해요. 오히려 다른 데서 자신감을 얻죠. 개그우먼 중 아이가 있고 임신은 또 누가 해봤을지, 사랑스러운 시댁 식구들을 만나고 매부와 예능 프로그램을 찍을 수 있는 건 나 말고 또 누가 있을지. 또 우주에서 한 명뿐인 아이가 생겼고, 엄마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으니 나라는 예능인은 이제 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타인과 비교가 아닌, 제 안에서 만족감을 얻으며 달리고 있어요. ‘나’에게 초점이 맞춰진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Q : 우문현답이네요

A : 정상이 궁금하면 언젠가는 또 가보겠죠. 그러다 힘들면 또 내려오겠죠. 지금은 그냥 둘레길 이곳저곳을 배회하는(웃음).

후디드 드레스는 Avavav by Empty. 타이다이 드레스는 604Service. 슈즈는 Namilia. 네크리스는 Y/Project. 왼손에 착용한 뱅글은 Toga. 오른손에 착용한 뱅글은 Hysteric Glamour. 헤어피스로 사용한 뱅글은 Cody Sanderson.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이 모든 이름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A : 제가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해요. 에너지를 조율하고 분배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꼭 체력적인 부분뿐 아니라 육아든 일이든 애정을 어느 한쪽에만 과하게 쏟아부으면 실망도 클 수 있으니까.

Q : 허심탄회한 웃음 뒤편, 의외의 단단한 모습을 참 많이 가진사람이에요

A : 제가 ‘의외’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의외로 이런 옷도 잘 어울리고, 의외로 화보 찍는 거 참 좋아하고, 방송으로 먹는 모습만 주로 보여드리는데, 의외로 요리도 잘합니다.

Q : 의외의 홍현희, 무궁무진하네요

A : 꼭 이름 앞에 ‘의외’를 붙여주세요. 올해 타이틀은 ‘의외’로 정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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