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패밀리가 4년 만에 서울시청에 모인 이유는?

유경진 2023. 10. 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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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정적으로 중단됐던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4년 만에 재개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는 뇌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도너패밀리 30여명이 모여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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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패밀리 소모임 재개
오는 21일, CCC순상담센터와 도너패밀리 심리 지원 나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인 도너패밀리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4년 만에 재개된 소모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정적으로 중단됐던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4년 만에 재개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는 뇌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도너패밀리 30여명이 모여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모임 참석을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을 찾은 이도 있다. 김기성(65)씨는 11년 전 19살이던 아들 탄휘군을 뇌사로 갑작스럽게 떠나보냈다. 김씨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탄휘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뇌사에 빠진 그는 간과 각막을 기증해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2010년 김씨가 직장을 퇴직하고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로 귀농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지 2년 만에 겪은 비극이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인 김기성씨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도너패밀리 소모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김씨 부부는 이후 오랫동안 암흑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등진 채 농사일에만 매달렸고 김씨의 아내는 잠시 한국을 떠나 있을 만큼 괴로운 시간이 지속됐다. 2014년 우연한 기회에 이들 부부는 강원도 영월에서 진행된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찾았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슬픔을 털어놨다. 모임을 통해 진정한 위로를 받은 김씨 부부는 그제서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소모임은 도너패밀리를 위한 맞춤형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도너패밀리가 자신의 슬픔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2시간가량 진행된 특강에서는 그림 그리기, 클레이 아트 등을 통해 가족과 사별한 트라우마와 상실감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인 추금옥씨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도너패밀리 소모임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그림 그리는 시간에는 고인이 된 아들과 쏙 빼닮은 손자의 얼굴을 그리며 행복해하는 이도 있었다. 추금옥(67)씨의 아들 이동연씨는 5년 전 뇌사로 세상을 떠났다. 추씨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너무 자책했다”며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들과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씩씩하게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특강을 진행한 CCC순상담센터 이혜란 센터장은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도너패밀리는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며 “유가족들이 건강한 애도 과정을 통해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힘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거름 삼아 계속해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부는 오는 21일부터 8주간 CCC순상담센터와 함께 개발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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