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비 얼마?…보답 나선 日 "자위대 수송기에 한국인 태운다"

일본 정부가 이스라엘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해 편성한 항공편에 "한국인 및 가족 20명도 태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정부가 군 수송기를 통해 이스라엘에 있는 한국인을 철수시키면서 일본인도 함께 데려온 데 대한 보답 성격으로 보인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현지에서 고립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이스라엘로 급파한 군 수송기(KC330)가 지난 14일 저녁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한 모습.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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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한국인도 태운다"

18일 이스라엘 내 한국 교민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1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밴구리온 공항을 출발해 오는 21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는 특별항공편에 한국인 최대 20명(타국적자 가족 포함)이 탑승할 수 있다"고 한국 외교부에 밝혔다. 항공 운임은 무료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뒤 전쟁 상태다.

일본 정부가 한국인 탑승을 제안함에 따라 주이스라엘한국대사관은 탑승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대사관 측은 이날 중 탑승이 확정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공항 집결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탑승 계획이 변동될 수도 있다"고 공지했다고 한다.

이날 일본 NHK 방송도 "일본 정부가 현지 교민 철수를 위해 자위대 수송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이스라엘로 급파한 군 수송기(KC330) '시그너스'가 14일 저녁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무사히 착륙하자, 일본 대사관 직원이 함께 온 일본인들을 안내하는 모습.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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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의 표하고 보답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공군 수송기를 투입해 한국인 163명을 이스라엘에서 데리고 나오면서 일본인과 가족 51명도 함께 탑승시켰다. 이에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지난 15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군 수송기로 일본 국민과 가족 등 일행 51명이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사의를 표한 데 머물지 않고 이번에 일본도 실제 행동으로 보답에 나선 셈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통화하는 모습. 외교부.

당시 정부는 한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을 모두 무상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전세기를 이용해 자국민 8명을 이스라엘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대피시키면서 1인당 3만엔(약 27만원)을 부담하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지난 16일 "한국 군용기는 무료로 탑승할 수 있었는데 일본 정부 전세기를 타는 데는 3만엔을 내야 하는 대응이 적절했냐"는 질문에 "적절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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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론 청구 가능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한국인을 구출하기 위해 정부가 이동 수단을 투입할 경우 원칙적으로 관련 비용을 당사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영사조력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다만 같은 법은 "안전 지역으로 대피할 이동 수단이 없을 경우 등에 한해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라고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위기 상황에 따라 비용 청구 여부를 판단하곤 했다. 이번 이스라엘 대피 건의 경우 대한항공 등 민간 항공사가 이스라엘 운항을 중단하면서 현지의 한국인이 자력으로 대피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해 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수단에서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현지에 고립됐던 한국인을 철수시켰던 이른바 '프라미스(Promise) 작전' 때도 일본인 5명을 함께 구출했다. 박 장관이 SNS를 통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당시 일본 외상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던 결과였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이 해외 위급 상황에서 상호 협조를 제공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현재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약 470명"이라며 "지난 16~17일 전수 조사 결과 40명 이상이 추가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지 상황과 국민의 수요를 고려해 추가 수송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