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경쟁 가열…전직 시장·군수·구청장 42명 집단 출마 선언
조직·인지도 있어 공천 경쟁 격화될 듯
"강서 보궐 이후 '물 들어온다'는 분위기"
"與, 수도권 인재 없는데…본선 더 걱정"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시장·군수·구청장(기초단체장) 42명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 집단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단체장 출신의 총선 도전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이처럼 전직 단체장들이 단체를 이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집단적으로 공개 선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공천 경쟁이 조기 가열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속 전직 시장·군수·구청장 42명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 창립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혁신과 도전' 창립선언문 겸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정부와 여당이 끊임없이 정쟁을 유발하고 갈등을 조장해 국민의 삶을 보듬어야할 정치가 오히려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멀고 높은 곳에 있는 여의도 중심의 정치를 국민 곁에 있는 가깝고 낮은 정치로 혁신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들의 도전은 협소하고 왜곡된 정치적 충원 구조를 개선해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건강한 인적 자원 충원 통로로 기능하는 관행을 만들 것"이라며 "종속적이고 수직적 관계에 있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관계가 수평적이고 협력적 관계로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이 승리한 3·9 대선으로부터 불과 두 달여 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으로부터 20여 일 뒤에 치러졌기 때문에, 이 때 '정권교체 바람'에 밀려 낙선한 민주당 출신 기초단체장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1년여 동안 와신상담(臥薪嘗膽) 하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거 총선 도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국회는 지역구 의석 253석 중 민주당이 현재 152석으로 절대 다수 의석을 장악하고 있다. 결국 전직 기초단체장들의 도전은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과의 공천 경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내년 총선 공천 경쟁이 조기에 가열되는 조짐이다.
이날 총선 도전을 선언한 '혁신과 도전'에 이름을 올린 전직 기초단체장 중에서 살펴보면 부산진구청장을 지낸 서은숙 최고위원이나 허성무 전 창원시장의 경우처럼 지역구를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석진 전 서대문구청장은 김영호 의원, 박성수 전 송파구청장은 남인순 의원,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은 김영주 국회부의장, 곽상욱 전 오산시장은 안민석 의원,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은 박영순 의원 등 현역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서 도전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아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상된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우리 당이 압승한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우리 당 소속 예비 총선 출마자들의 지역구 밭갈기가 열기를 한층 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천 경쟁이라는 게 반드시 깨끗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과열되면 당이 혼란하고 혼탁해질까봐 걱정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민주당 소속 전직 기초단체장들의 도전이 결국 민주당의 '인재 풀'을 넓히고 치열한 사전 경쟁을 통해 총선 본선 도전자의 수준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총선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그나마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던 인사들이 대부분 시장이나 구청장으로 당선돼버렸다. 서대문이나 남양주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가뜩이나 서울·수도권에 출마할 인재 영입조차 잘되지 않을 수 있는데, 민주당에서는 나름대로 이미 인지도도 있고 조직도 갖추고 있는 전직 구청장들이 대거 나선다니 본선이 걱정"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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