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에 빠진 ‘오버워치’의 e스포츠 리그 “앞이 안 보인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FPS 게임 ‘오버워치’의 e스포츠 리그가 존폐의 갈림길에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2023년 ‘오버워치’ e스포츠 리그에 참가한 19팀 중 7개 팀이 일제히 선수단 전원과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이 선수단 해체를 발표한 팀 중에는 서울을 연고로 하는 서울 다이너스티도 포함되어 있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으며, ‘오버워치 리그’가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 오버워치 e스포츠 리그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지난 6월 블리자드는 e스포츠 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의 대표로 나선 토론토 디파이언트의 모회사인 오버액티브 미디어와 교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e스포츠 팀들이 블리자드에 미납한 프랜차이즈 비용을 면제해주고, 리그 수익 분담금을 조기에 지급해주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여기에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는 프로팀들이 오버워치 리그의 사업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리그 약관을 신설했으며, 오는 연말까지 e스포츠 팀들과 투표를 통해 참여 여부를 가리고, 만약 이를 거부하면 해약 수수료 6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버워치 리그’는 지역 연고제 형태로 운영된다. 오버워치 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은 약 2,000만 달러를 등록금으로 내야 하며, 오버워치 리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광고, 티켓 판매, 중계권 수수료 등 자체 마케팅을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2분기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발표는 ‘오버워치 리그’에 참여하는 팀들 대다수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 되었고, 이번 7개 팀의 선수단 계약 해지는 블리자드의 제안을 상당수의 팀이 거부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부정적으로 흘러가자 ‘오버워치 리그’의 분위기도 심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일 막을 내린 ‘2023 오버워치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한국은 물론, 해외 중계진 모두 침울한 분위기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오버워치 그랜드 파이널’은 ‘오버워치 리그’의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로, LOL의 ‘월드챔피언십’(롤드컵)과 같은 최고 권위의 대회다. 이 대회를 마무리하며, 국내외 중계진은 일제히 “오버워치 리그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다”라는 내용의 의미심장한 글을 SNS에 공개했고, 국내 중계진은 중계 막바지 울먹거리기까지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더욱이 “2024년에도 오버워치 리그를 운영할 계획”이라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지난 7월 별다른 이유 없이 오버워치 e스포츠 팀 직원 5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는 뉴스까지 전해지며, ‘오버워치 리그’는 그야말로 ‘바람 앞에 촛불’이 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오버워치 리그’의 부진을 블리자드 스스로 자처했다는 것이다. e스포츠 리그는 일반 이용자들의 플레이를 프로선수들이 특정한 전술 이른바 '메타'로 정립시키고 이를 다시 일반 게이머들이 게임에서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져 게임의 흥미를 유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에 주목한 블리자드 역시 지역 연고제를 통해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려 했지만, 게임 운영에서 여러 실수를 범하며 이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일례로 2019년 ‘오버워치’는 ‘고츠 조합’(탱커 3명, 힐러 3명으로 이뤄진 전술)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탱커와 힐러가 동시에 밀집되어 돌격하는 이 전술은 빠른 템포의 전투로 인해 난타전이 실시간으로 벌어져 흥미로운 장면이 다수 연출되지만, 경기의 흐름이 너무 빨라 중계로 시청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블리자드는 팀별 역할군을 2명으로 고정시키는 ‘역할군 고정 시스템’을 도입해 사실상 이 ‘고츠 조합’을 사장 시켜버렸다.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전술을 개발사에서 공식적으로 없애 버린 것이다.
이러한 운영 덕에 ‘오버워치 리그’는 전술과 전략 고착화가 심해졌고, 매년 비슷한 영웅, 비슷한 전술, 비슷한 플레이가 반복되는 결과로 이어져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콘텐츠의 부재도 큰 문제였다. 2018년 공식 리그가 출범한 이후 ‘오버워치2’로 서비스를 진행한 현재까지 추가된 영웅(캐릭터)은 고작 12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2020년 출시된 신규 영웅 ‘에코’ 이후 ‘오버워치2’가 출시된 2022년까지 무려 3년간 제대로 된 업데이트가 없는 상황이었다.
대규모 e스포츠 리그를 운영 중인 LOL에서 같은 기간 26명의 캐릭터가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추가된 콘텐츠의 양이 너무도 적은 셈이다. 이렇게 업데이트가 늦는 와중에도 블리자드는 기존 캐릭터의 설정을 PC(정치적 올바름) 형태로 바꾸는 행동을 반복해 이용자들의 심기까지 건드렸다.
블리자드의 반복된 운영 실수와 느린 업데이트, 설정 논란이 몇 년째 이어지자 ‘오버워치’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떨어졌고, 야심 차게 무료화 선언을 한 ‘오버워치2’ 역시 별다른 흥행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의 인기 하락은 고스란히 ‘오버워치의 e스포츠’ 리그에도 영향을 미쳐 막대한 등록금을 내고 들어온 프로팀들의 수익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작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비록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 활성화에 나설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오버워치 e스포츠는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과연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기막힌 묘수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아니면 2019년 급작스럽게 리그를 없애버린 ‘히어로즈 오브 스톰’과 같은 수순을 밟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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