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도 갔는데 왜…시진핑 공 들인 '일대일로 포럼'에 北 빠졌다

정진우 2023. 10. 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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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열렸다. 연합뉴스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带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관련 내·외신 보도에서 북한 측 인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노동신문·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매체에도 일대일로 포럼 참석과 관련한 보도는 없었다. 중국이 올해 가장 중요한 외교 행사라고 강조한 자리임에도 ‘혈맹’ 관계인 북한은 적어도 정부 대표단 차원에서 공식 참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 구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 사업이다. 특히 올해 포럼은 지난 10년 간의 일대일로 추진 성과를 결산하고 자축하는 자리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사실상 생존 기반으로 삼는 북한으로선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할 유인이 충분하다. 실제 북한은 앞서 2017년과 2019년 1·2회 일대일로 포럼엔 무역·투자 등 대외 경제협력을 총괄하는 대외경제상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이 최근 모스크바를 실무 방문하는 등 대외 행보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일대일로 포럼엔 불참했다고 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포럼에 참석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는 등 최고 수준의 성의를 보인 러시아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 참석 직후 시 주석과 정상회담도 개최했다.


개막식 연설 푸틴 "우리 친구들 성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대일로 포럼 개막식 직후 중러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AP=연합뉴스
푸틴은 이날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의 중국 친구들이 해냈다. (일대일로 구상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매우 기쁘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장기적인 경제 발전 달성을 위해 동등하고 호혜적인 협력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포럼은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대외 전략의 연장선이자 사실상의 정치적 결정으로 여겨진다.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이 동맹·우방과 협력해 경제·문화 교류 벨트를 만드는 사업이자 미국에 맞서는 팽창 전략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일대일로 포럼엔 140개국의 정상급 인사와 정부 대표단은 물론 약 30여개의 국제기구 수장 등 4000여명이 참석했지만, 정작 서방 선진국인 주요 7개국(G7) 정상은 전원 불참했다.

한국은 이번 포럼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포럼의 부대 행사인 해양 협력 부문의 포럼에 참석했는데, 정부 대표단을 꾸리는 별도의 작업 없이 한 명의 정부 인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앞서 2017년과 2019년 1·2회 일대일로 포럼 땐 당시 임성남 외교부 차관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각각 참석했다.


불량국가 北 참석에 부담 느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를 방문해 지난달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은 러시아와 최소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무기를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일대일로 포럼에 한국은 정부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는데 북한 정부 당국자는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 됐다. 일대일로 포럼에 북한이 스스로 불참을 결정했는지, 애초에 중국이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는지는 명확지 않다. 다만 이번 일대일로 정상포럼은 부대 행사로 주로 장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6개 분과 포럼이 진행되는 만큼 북한 역시 초청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지난 8월부터 최소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탄약·군수품을 러시아에 보내며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선이 집중된 만큼 중국이 북한 측 인사의 포럼 참석을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일대일로 구상은 기본 컨셉이 팽창 정책인데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있고 스스로 폐쇄성을 추구하는 만큼, 중국은 애초에 북한을 일대일로의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특히 이번 포럼을 성공적으로 끝마쳐야 하는 중국 입장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다수의 국제법을 위반하는 북한을 불러들여 괜한 이목이 집중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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