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이너스 성장 '수소차'…中 '과잉생산' 걱정하는 이유

임주리 2023. 10. 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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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미래 모빌리티 패권국’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물량 공세나 가성비가 아니라 기술력을 앞세운다. 전 세계가 경계령을 내렸을 만큼 위기감이 감돈다. 자율주행과 배터리, 수소차 등 핵심 분야에 걸쳐 중국 자동차의 진짜 경쟁력을 살펴본다.

전기차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이 될 또 다른 축은 ‘수소차’다. 현대차 넥쏘를 앞세운 한국은 ‘수소차 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중국 업체들이 강하게 밀고 들어오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6월 출시한 넥쏘의 연식 변경 모델 '2024 넥쏘'. 사진 현대차그룹


1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넥쏘·일렉시티)는 1위를 지켰지만 시장 점유율은 38.6%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중국 킹롱(3위)과 위통자동차(4위)는 각각 2.8→9.2%, 0.7→4.1%로 급성장했다. 그동안 존재감이 미약했지만 이제는 성장률이 각각 187.6%, 425%에 달했다. 중국 내수 시장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상반기 판매 대수가 지난해와 견줘 2000대가량 줄어든 국내 상황과 대비된다.〈그래픽 참조〉

사실 중국 내부에서는 수소차 ‘과잉 생산’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지방정부는 물론 기업들마저 의욕이 넘치는 탓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방정부들이 너도나도 수소차 열풍에 뛰어들고 있어서 중앙정부의 목표치를 뛰어넘었다”며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글로벌 수소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어 과잉 생산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준홍 기자
신재민 기자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는 건,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 시장과 달리 수소차는 맥을 못 추고 있는데도 중국만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올 상반기 11.6% 역성장했다.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이 더뎌 연료 가격이 비싼 탓이 크다. 수소차의 ‘심장’이라 불리며 차량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연료전지 역시 비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수소차가 자리 잡으려면 결국은 저렴한 수소 가격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가장 큰 문제는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이다. 수소는 다루는 일이 만만치 않아 안전규정이 까다로워, 충전소 건설이 전기차에 비해 어렵고 비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도 자연히 전기차로 전환했다. 몇 년째 이렇다 할 신차 발표가 없어 소비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것이다.

그런데도 각국이 수소차에 힘을 쏟는 것은 발전·모빌리티 등 ‘수소 산업’이 탄소중립이란 미래 산업의 주요 먹거리라서다. 업계에서 내다보는 2050년 수소 산업(생산·활용) 규모는 약 2조5000억 달러(약 3371조원, 신한투자증권)이다. 수소 산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모빌리티, 즉 수소차 대량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터쇼 '독일 IAA 모빌리티'에 전시된 BMW의 수소차 iX5. 연합뉴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에서 유독 수소차가 잘 팔리는 데는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앙정부의 전면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최소 5만 대, 2035년까지 130만 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그린 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연간 10만~20만t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이며 올해 전 세계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 현재 전 세계 수소차 충전소의 3분의 1이 중국에 있다.

트럭 같은 상용차 중심 정책 전략도 제대로 먹혔다. 수소차는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시간이 길어 대형·상용차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수소버스는 한 번 충전에 500㎞ 이상 장거리 운행이 가능해 전기버스(약 400㎞)보다 효율적이다.


미국·독일·일본 등 車 강국, 부랴부랴 ‘수소차 살리기’


차준홍 기자

다른 자동차 강국들은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를 120만 대 보급하고 충전소를 4300곳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연간 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본 또한 2025년까지 수소차 20만 대, 2030년까지 80만 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에 따라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 참조〉 공통점이 있다면 보다 상용차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전환 중이란 점이다.

그간 승용차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온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상용차 중심으로 이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용차는 이동 경로가 일정해 충전소를 차고지 등 특정 거점에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인프라 문제도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호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수소산업 정책을 수정하며 ‘버스·트럭 구매 보조금 확대’ 등 상용차에 더욱 힘을 싣는 방안들을 내놨다. 김필수 교수는 “중국을 분명히 경계해야 하지만, 다행히 기술적으로는 연료전지 등에서 우리가 앞서가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수소차는 버스·트럭·건설기계 등 상용차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올수록 ‘완충 시 긴 주행거리’가 중요해져 수소차 활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승용 부문)와 수소차(상용 부문)가 함께 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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