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 이동 잦은 11월…‘아름다운 이별’ 위해 챙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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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인 A목사.
이 목사는 "청년부나 교육부서를 맡는 준전임 사역자들이 많은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최소 2~3년은 사역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그래야 청년사역이나 교회학교 사역에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계약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교역자를 목사로 전도사로, 인격적으로 대우를 하겠다는 태도"라며 "담임 목사의 눈에 아직 어리고 부족해 보이는 교역자일지 모르지만 기다려주고 존중해주면 훗날 한국교회를 책임질 목회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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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인 A목사. 지난해 11월까지 서울의 한 교회에서 계약직 개념인 ‘준전임’ 사역자로 교육부서를 맡았다. 준전임은 전임과 달리 특정 요일에만 교회에 나온다. 그는 박사 학위 과정을 밟는 중이라 전임 사역이 어려워 준전임을 택했다. 그러나 교회에선 시도 때도 없이 A목사를 불러 일을 맡겼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서로 감정이 상했다. 결국 1년 만에 사의를 표했고 교회를 떠나게 됐다. A목사에게는 일반적인 사임 인사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A목사는 “마지막 주일에도 주보에 사임 관련 안내 문구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며 “그야말로 불쾌한 이별이었다”고 토로했다.
장로교단의 경우 11월은 교역자 인사이동이 잦은 시기다. 가을 정기 노회가 10월에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소속 교회들의 교역자의 인사이동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보고된 내용이 이행되는 것이 11월이다. 어떤 이별은 축복 속에 이뤄지지만, A목사 사례처럼 아름답지 못한 예도 있다.
교회를 떠나는 목회자와 새롭게 청빙 과정을 밟는 이들을 위한 지침을 찾아봤다.
청년사역연구소 대표인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떠나는 교역자들을 향한 조언을 전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후임자를 구해 사역 공백을 줄일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회에 사임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다”고 권면했다. 이 목사는 “청년부나 교육부서를 맡는 준전임 사역자들이 많은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최소 2~3년은 사역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그래야 청년사역이나 교회학교 사역에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후임자와의 소통을 통해 자신이 맡아온 사역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인수인계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세 가지만 잘 지켜도 건강한 배턴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주보에 사임 사실을 알리고 부서별로 환송회를 해주는 등의 노력은 필수다. 이 목사는 “동역자를 파송한다는 개념이 필요하다. 교회를 떠나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임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해당 사역자가 맡아온 청년 청소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그들의 입장을 살피는 섬세함도 요구된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는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떠난 이들이 종종 찾아와 담임 목사와 식사를 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고형진 목사는 부교역자에 대한 인격적 대우와 함께 6년 전 교회가 도입한 사역계약서를 비결로 꼽았다. 교회에서 쓸 수 있는 근로계약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사역계약서에는 근무 요일과 휴가에 관한 규정, 퇴직 시 지침 등이 담긴다. 고 목사는 “요즘 MZ세대에게는 분명한 사역 방침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역계약서가 있으면 교역자가 해야 할 사역의 범위를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역계약서 작성은 교회와 교역자 모두에게 유익하다. 지난 9월 대법원이 7년간 근무한 교회 전도사를 근로자로 판단한 사례는 사역계약서 도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한경균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대표는 “장로교 전통 안에서 교회와 교역자는 갑과 을이 아니라 을과 을 관계다. 갑은 노회”라며 “노동법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역계약서는 교회와 교역자 모두를 지켜주는 법적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계약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교역자를 목사로 전도사로, 인격적으로 대우를 하겠다는 태도”라며 “담임 목사의 눈에 아직 어리고 부족해 보이는 교역자일지 모르지만 기다려주고 존중해주면 훗날 한국교회를 책임질 목회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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