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 먹고 대통령실 앞에 온 전남도민 "전남권 의대 신설하라"

박수림 2023. 10.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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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대 증원 논의에 "전남에도 국민 산다, 지역의사제 병행해야"... 김원이·소병철 의원은 삭발

[박수림, 권우성 기자]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열린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과 전남도민 등이 전남권 의대 신설을 촉구하는 대규모 상경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목포)은 전남권 의대 신설을 촉구하며 삭발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김회재(전남 여수을)·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신정훈(전남 나주화순) 의원과 전남도의회 의원, 목포·순천 시의원, 전남도민 등 500여 명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모여 '윤석열 정권 전남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를 열고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해 의료격차 해소하라",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만이 전남도민 살길이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정원 확대와 함께 ▲ 전남권 의대 신설 ▲ 지역의사제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지방시대, 전국 어디에 살든 차별과 소외 없어야"

이날 집회는 김원이 의원의 삭발식으로 시작됐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무대 앞 1열에 앉은 김 의원은 두 눈을 꼭 감고 삭발을 단행했다. 함께 참석한 소 의원 역시 이보다 앞선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을 마친 김 의원은 "전남의 의료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오늘 우리는 200만 전남도민의 간절한 마음을 안고 대통령실 앞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극심한 의료격차 때문에 전남도민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남에서) 아이 낳는 산모가 산부인과가 없어서 닥터헬기 안에서 아이를 낳는 일, 소아과가 없어서 펄펄 열이 끓는 아이를 안고 새벽 내내 메뚜기처럼 뛰는 일, 섬에 사는 부모님이 아파서 목포 병원에 가고 또 목포에 병원이 없어서 다시 광주로 향하는 일, 현대삼호중공업과 여천공단에서 갑작스럽게 중증 외상 환자가 발생했을 때 광주와 서울로 향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의원은 "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논의는 환영한다"면서도 "지역 의대 출신 의사 중 40% 가량은 서울과 수도권에 개원한다. 따라서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남권 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발언한 소병철 의원도 "왜 우리 전남 사람만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야 하냐"면서 "전남권 의대 신설은 200만 전남 도민이 지난 30년 동안 호소한 지역의 숙원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문제는 정치적인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전남도민도 헌법상 보장된 의료복지권을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가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민주당 김원이 의원, 전남도의원, 목포시의원, 순천시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전남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최선국 전남도의원은 "헌법에는 '모든 국민이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적혀있고 전남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면서 "우리는 전남도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새벽밥을 먹고 대통령실 앞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김회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정훈 의원 역시 "전남은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이고 의대뿐 아니라 의사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역"이라면서 "지방에도 사람이 사는 그런 나라를 꼭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서동욱 전남도의회 의장은 윤 정부의 지방시대 비전을 언급했다. 서 의장은 "윤 대통령이 '지방시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진정한 지방시대는 대한민국 어느 곳에 살더라도 차별과 소외 없이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도의회 소속 신민호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공동대책위원장은 준비해 온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의료시설이 없는 전국의 섬 60%가 전남 지역에 있고, 전남은 석유화학·철강·조선 등 중공업 중심의 노후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어 중대산업재해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인구 비율 또한 전국에서 가장 높고 이에 따른 의료수요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한 해 83만 명의 도민들이 원정 진료를 떠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남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서울(4.8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광주 소재 의대 졸업생 중 전남 등 비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의사 비율은 37.2%에 불과하다"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전남권 국립 의대 신설을 조속히 확정하고 지방의 필수 의료·공공의료 체계 붕괴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가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민주당 김원이 의원, 전남도의원, 목포시의원, 순천시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열린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촉구 집회’에서 삭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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