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선언'은 현재도 유효…두려움 없는 실험 정신으로 미래 삼성 일궈야"

조인영 2023. 10. 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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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개최
"이건희, 끊임없는 위기 정신·선경지명으로 오늘날 삼성 일으켜"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가 18일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한국경영학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는 특명을 내린다. 양(量)에서 질(質)로 삼성의 대대적인 경영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

그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명실상부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다.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 41조원이었던 매출은 13년 뒤인 2006년 131조원으로 3.4배 늘었고 세전이익은 29배 급증한 14조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드라마틱한 성장을 일구어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의 대변혁을 가져온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영원한 위기 정신,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하고 두려움 없는 실험, 실패는 학습의 일부 등 오늘날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18일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맥그래스 교수는 오늘날의 삼성은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상황을 간파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체제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1993년 당시에는 구글이 있지도 않았고 아마존의 지배력도 지금과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희 회장의 혜안은 1990년대 몇 안되는 지도자로서 이런 경쟁 우위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기업의 경쟁우위에는 수명주기가 있고,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이 회장이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건희 회장의 '2등 정신을 버려라'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어록을 언급하며 '신경영 정신'을 현 시점에 맞게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경쟁 우위는 지속되지 않는다 ▲변화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안정이 이상한 것이다 ▲속도가 경쟁 우위이다 ▲비허가형 조직은 빠르게 움직인다 ▲리더십은 발견 중심적이어야 한다 ▲변곡점이 발생했을 때 단호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등 6가지 전략이 담긴 '신전략 플레이북'을 통해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제안했다.

먼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면서, 영원한 위기 정신으로 지속적인 변화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변화는 상수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삼성은 선두에 있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고 첨가하는 것은 쉽지만 필요없는 것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 삼성은 유연하고도 탄력적으로 자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많은 조직은 혁신 연극이라는 것을 한다. 삼성은 그런 측면에서 위대한 아이디어를 찾아 배양하고 규모를 키워나가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전쟁으로 인재 확보가 무엇 보다 시급해진 상황에서 삼성은 좋은 환경을 선제적으로 조성해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봤다.

맥그래스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젊은 세대는 본인들의 성장을 위해 이직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삼성은 인재가 회사 내에서 자기계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18일(수)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구 명지대 교수, 김상근 연세대 교수교수,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교수,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로저 마틴 토론토대 명예교수, 스콧 스턴 MIT 교수,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뒷줄 왼쪽부터) 김보경 연세대 교수, 이승윤 홍익대 교수,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 김태환 카네기멜론대 교수,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 김효선 중앙대 교수, 김광현 고려대 교수ⓒ삼성전자

리더십에 있어서는 발견 중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보다는 미래 기회를 찾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맥그래스 교수는 "피터 드러커는 최고의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기회에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보통 뛰어난 직원을 문제 해결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으나, 최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자리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선대회장도 이런 정신을 잘 보여줬다고 했다.

특히 변곡점이 발생했을 때는 단호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패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 우리가 원하는 실패는 지적인 실패다.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해 해결책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빠르게 시도하거나, 비용을 낮추는 시도로 여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실패가 나오더라도 잘못을 탓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베로머니라는 스타트업 은행을 예로 들었다. AI 챗봇 운영과정에서 캐주얼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보수적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부딪쳤다. 회사는 두 명의 인턴을 두고 고객에게 실험했고 고객들이 캐주얼적 방식을 싫어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베로머니의 AI 챗봇은 캐주얼한 운영이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나 가설이 올바르지 않다는 결과를 얻어낸 사례"라며 "이런 발견중심적 리더가 돼야 한다. 미래로 나아가면서 이런 식의 실패를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모듈화' 사례도 언급했다. 테슬라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 구축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가장 작은 단위의 모듈을 만드는 방식으로 설비를 구축했다. 가장 작은 단위인만큼 단기간 내 만들 수 있고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끝으로 자기 반성, 회고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글로벌 기업 아마존도 한 분기 실적을 위해 3~5년의 시간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더불어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경쟁우위가 장기화되는 시절은 더 이상 없다. 변화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삼성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속/비허가형 운영 조직으로 회사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며 "좋은 실패에 대해서도 학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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