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北에 '핵 쓰면 제삿날' 인식 심어줘야" 국제사회에 촉구

이근평 2023. 10. 18. 16: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의지에 비해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약했습니다. 반성할 여지가 있습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북한 비핵화 노력이 실패한 이유를 이같이 꼽으며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더 큰 호응을 촉구했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안보대화(SDD)'에서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지난 9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차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회의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생사 건 北 핵개발 의지 간과”

이날 신 차관은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주제로 한 본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에게 핵개발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며 “주민 복지, 민생을 팽개치고 오로지 정권의 생존만을 위해 핵무기 개발에 매진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간과했던 게 지금의 북한 핵위협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안보대화(SDD) 개회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신 차관은 이어 “역대 한국 정부가 북한과 무력충돌, 분쟁 같은 심각한 갈등을 맞닥뜨리면서까지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려는 강력한 의지, 또 조치를 세웠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가 추진한 대북 유화 정책이 실패한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러도 함께 해야 北 셈법 바꿔”

국제사회의 책임도 지적했다. 신 차관은 “한국, 미국은 물론 6자회담 파트너였던 일본, 러시아, 중국 역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리스크테이킹(위험 부담)을 기울였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정부가 앞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준을 높일 때 국제사회도 여기에 동참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신 차관은 당부했다.

궁극적으로 김정은 정권에 지금까지 믿음이 틀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신 차관은 봤다. 신 차관은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셈법은 ‘주민이 아무리 힘들어도 핵 개발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이라며 “‘핵을 갖더라도 한반도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 핵을 사용하면 제삿날을 맞이할 것’이라는 인식을 앞으로 북한에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이 기대는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가 발신될 때 북한의 전략적 셈법이 바뀔 가능성도 커진다고 신 차관은 내다봤다.


“유엔 안보리 행동 실패, 北 운신 폭 키워”

토론에 나선 해외 패널들도 국제사회의 공조가 더욱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유럽연합(EU) 대사는 “북한 도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어 북한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진단했다.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경우에도 대응하기 어려워진 점을 비판한 것이다.

앵거스 랩슬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정책기획사무차장보 역시 “유럽 차원에서 연간 핵 관련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동 가치를 갖는 국가들이 서로 지속·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이면서도 투명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리자와 기요시(芹澤淸) 일본 방위성 방위심의관도 “일본은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동시에 미국·한국과 긴밀히 공조하며 관련 안보리 결의를 전면 이행하는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안보대화(SDD)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글로벌 도전엔 글로벌 대응 절실”

앞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축사에서 “원칙과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며 “모두가 더욱 굳게 연대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도전엔 글로벌 대응이 절실하다”며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규범을 준수하면서 위기에 적시 대처하는 것만이 공멸을 막고 자유·평화·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북한의 불법적 핵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선 다자협의체를 통한 각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뿐임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안보대화(SDD)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올해로 출범 12주년을 맞은 이번 SDD는 ‘자유·평화·번영을 향한 협력과 연대’를 주제로 19일까지 열리며 56개국 및 2개 국제기구에서 800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일 국방차관 회담 등 국방당국 차원의 양자 회담도 다수 진행될 예정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