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큐텐, SK와 11번가 인수 협상…쿠‧네 이어 3위 노린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SK스퀘어의 자회사인 11번가를 인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쓱닷컴(SSG닷컴)과 컬리는 멈췄던 상장을 다시 추진하고 있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지난달 말부터 큐텐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큐텐은 지마켓(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회사 매각 이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로 아시아 지역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큐텐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18.18%를 얼마에 사들이느냐다.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해당 지분을 넘겼다.
11번가 지난해 적자 전년 대비 두 배
당시 투자 약정상의 조건은 5년 내 기업공개(IPO)다. SK스퀘어는 IPO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한인 지난달 30일까지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SK스퀘어는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투자금 회수 시한을 연장해주면서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다.
11번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로 커졌다. 큐텐은 이달 초 11번가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실사에 한두 달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연내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그동안 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 주력해온 큐텐은 지난해 9월 티몬과 올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를 각각 인수한 데 이어 4월 위메프까지 사들이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큐텐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외 직구 대행 사업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큐텐‧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의 지난해 기준 합산 점유율은 4.6%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7위권이다. 여기에 4위 업체인 11번가(점유율 7%) 지분까지 확보하면 전체 점유율은 11.6%로 쿠팡(24.5%)과 네이버쇼핑(23.3%)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공정위는 지난 7월 큐텐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한 것을 사후 승인했다.
큐텐이 경쟁사 인수합병 또는 지분 확보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면 다른 경쟁사는 IPO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내년 3~4월 중에 IPO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도 최근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재추진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SSG닷컴·컬리는 IPO 재추진 가능성
SSG닷컴은 2021년 IPO를 추진했다가 세계 경기 침체와 함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잠정 중단한 바 있다. SSG닷컴은 IPO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에 몰두해왔다. 올해부터 그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시장 상황 악화로 올해 1월 IPO 추진을 잠정 중단한 컬리도 재추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를 지난해 동기 대비 35%가량 줄인 컬리는 분기 흑자를 목표로 세웠다.
2014년 창사 이래 지금까지 1조원가량 투자를 받은 컬리는 약정상 투자금 회수 기한이 없어 다른 경쟁사와 달리 재무 부담은 덜한 편이다. 지난 5월에는 홍콩계 사모펀드로부터 12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블랙홀처럼 유통 시장을 빨아들이는 동안 생존을 위한 기존 업체들의 몸부림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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