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헌재소장 후보자에 이종석 지명…"헌법·인권수호 동시에 실현"(종합)

비서실장 "헌법 질서 수호 앞장서오신 분"
잔여 임기 1년…대통령실 "선례 있어"
연임 가능성엔 "지금은 언급하기 일러"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이종석 헌법재판관(62·사법연수원 15기)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남석 현 헌재소장의 후임 헌재소장 후보자로 이 재판관을 내정했다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실장은 이 후보자에 대해 "지명자는 29년간 법관으로 5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했고, 실력과 인품 갖춘 명망 있는 법조인이다.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를 두 차례 역임하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치는 등 법원 최일선에서 법치주의 실현에 기여해왔다"며 "여기에 더해서 수원지방법원장,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으로 근무하는 등 사법행정 능력도 검증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 5년간 현직 헌법재판관으로서 뚜렷한 소신과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헌법 질서 수호에 앞장 서 온 분"이라며 "앞으로 헌재를 이끌며 확고한 헌법수호 의지와 따뜻한 인권보호 정신을 동시에 실현해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통합하는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앞서 1961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다. 1989년 법관으로 임용된 후 인천지방법원 판사,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으며 수원지방법원장을 거쳐 2018년 2월부터 다시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맡았다.

이후 이 후보자는 지난 2018년 10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6년 임기의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 이 재판관은 그간 법원에서 '원리·원칙론자', '도덕 교사'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헌법재판관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 7월 재판관 전원일치 기각 결정이 나왔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사건에서 주심을 맡았다.

헌법재판관 잔여임기가 1년가량 남은 유 후보자를 두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헌재소장의 임기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헌법 제111조 4항(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에 따라 관행적으로 헌법재판관 임기와 연동돼 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여야 간 극한 대치가 벌어질 여지는 적다는 게 정치권·법조계의 판단이다. 이미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2016년 임기만료일 논란에 대해 "헌법재판관의 잔여 임기"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박 전 소장 후임인 이진성 전 소장도 헌법재판관 잔여 임기만 헌재소장직을 수행했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도 지난 16일 헌재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이 재판관이) 아무리 빨리 임명돼도 잔여 임기가 10~11개월 남는데, 선례를 보면 잔여 임기만 채우면 되느냐"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후보자의 잔여 임기가 짧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저희도 그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 그 후보자 찾는 게 쉽지 않고, 국회에서도 승인을 해줘야 한다"며 "임기가 1년 밖에 안 남았지만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연장해 헌재소장 수행 기간을 늘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헌법 제112조 1항, 헌법재판소법 제7조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의 연임이 가능하다. 1988년 헌법재판소 설립 이후 연임 사례는 김진우 전 헌법재판관, 김문희 전 헌법재판관 등 2명이 있다. 이 후보자가 임기 종료 후 연임될 가능성에 대해 이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임기가) 끝나고 연임할지 여부는 그때 가서 생각하려 한다"며 "지금 말씀드리기에는 좀 빠르다"고 언급을 삼갔다.

야권은 벌써 신임 헌재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칼날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와 새 헌재소장 임명과 관련해 "사법부 수장으로 부적격한 인사를 지명해 대법원장 공백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과 여당이 제대로 된 인사를 보낼 생각은 안 하고, 정쟁과 이념 타령에 시간을 허비한다"며 "이 와중에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 관련 유력 인사에 대한 비판 보도가 이어진다. 사법부의 품격에 걸맞은 인사를 찾기 위한 노력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동기라서 지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에 서로 대학 동기인 점이 (인선에) 작용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윤 대통령과 이 후보자가)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 같고, 대학 동기라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좀 그렇다"며 "이 후보자의 역사적 소명의식 등을 다 봤고, 헌법재판소를 잘 이끌 것 같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적합하다고 봤다"고 답했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시점에 대해서는 "새 대법원장 후보자는 열심히 찾는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 국회의 동의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