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조작 의혹' 코오롱 임원, 2심도 무죄…이웅열 재판도 영향
퇴행성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Invosa·인보사)의 국내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상대로 성분을 속인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이 18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원종찬·박원철·이의영)는 이날 코오롱 생명과학 조모 이사와 김모 상무의 ▶인보사 성분 조작을 통한 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인보사의 국내 판매를 허가받는 과정에서 인보사 주성분이 ‘연골 세포’라고 식약처에 밝혔다. 그러나 2019년 주성분이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 세포’인 것이 뒤늦게 드러나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2심의 무죄 판단은 1심보다 적극적이었다. 앞서 1심은 조 이사 등이 방사선 조사 실시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은 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식약처 또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어 최종 판매 허가를 확보한 것과 인과 관계가 약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코오롱 생명과학이 방사선 조사 실시 결과 제출 여부를 독자적 판단한 게 아니라, 식약처와 협의를 거쳐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며 “따라서 시험결과 제출 의무 있다고 해도 식약처가 그 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코오롱은 잠재적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 고지했고 식약처 공무원도 잠재적 종양 유발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그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방사선 조사를 권유하여 실시하였다”며 “그런데 그 이후의 각 임상 과정을 거쳐 (제출 없이도) 안정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이사가 인보사 품목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 주무 담당관에게 175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됐다. 또 1심에서 무죄로 본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조 이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2심 판단은 별도 재판을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은 식약처에 인보사 성분을 허위보고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2019년 6월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뒤, 2020년 2월부터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또 2015년 코오롱 티슈진이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임상중단 명령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미국 임상이 3상에 문제 없이 진입한 것처럼 홍보해, 인보사 판권을 가진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코오롱 측은 전·현직 임원진의 형사 책임과 별개로 식약처의 허가 취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도 벌이고 있다. 2021년 1심은 “인보사 주성분이 연골 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식약처가 품목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며 식약처 손을 들어줬다. 다음달 10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다만 식약처가 지난달 인보사 투여 후 접수된 종양 관련 이상사례가 90건에 달했다고 밝힌만큼, 이날 서울고법의 임원진 무죄 판단과는 독립적으로 허가 취소 처분의 정당성이 다퉈질 전망이다.
인보사 사태는 한때 ‘제2의 황우석 사태’라고도 불렸다. 성분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애당초 신약 기술은 없었다’는 의혹 속에 국내 판매 허가 취소와 피해자 집단소송이 줄이었다. 인보사를 개발했던 코오롱 티슈진 주식이 2019년 5월 거래 정지된 이후 지난해 10월 재개되기까지, 6만여명의 개미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위기에 시달리기도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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