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났던 노시환-문동주의 한화, 류현진까지 돌아온다면...
[이준목 기자]
▲ 노시환 2루타 1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 초 1사 주자가 없는 상황 한화 3번 노시환이 안타를 치고 2루에서 손을 번쩍 들고 있다. |
ⓒ 연합뉴스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4년 만의 탈꼴찌와 개인 타이틀 수상자를 배출하며 2023시즌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화는 최근 막을 내린 KBO리그 2023 정규시즌에서 58승 6무 80패, 승률 .420을 기록하며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가 시즌 최종순위에서 탈꼴찌와 4할대 승률-50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모두2019시즌(58승 86패, 승률 .403, 9위) 이후 4년 만이다. 한화는 지난 3년 연속 리그 최하위-3할대 승률에 그쳤다. 올시즌에도 막판까지 삼성 라이온즈-키움 히어로즈와 꼴찌경쟁을 펼쳤지만, 키움(58승 3무 83패)이 한화와 동일한 승수에도 패배가 3패 더 많았던 덕분에 1.5게임차로 간신히 앞서며 탈꼴찌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화의 2023시즌을 요약하면 팀 성적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지만 리빌딩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경쟁팀들에게 만만한 동네북 취급을 당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어떤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전력이 많이 올라온 모습을 보여줬다.
6월 21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7월 1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8년 만의 8연승을 거둔 장면은 올시즌 한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7월 25일 키움전에서는 8회 13점, 2사 후에만 11점을 올리며 '한 이닝 2사 후 최다 득점 KBO리그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전반기 종료 시점에 팀 순위는 8위(34승 40패 4무·승률 .459)였으나 당시 5강권과는 2.5게임 차에 불과하며 한때 중위권을 흔들 다크호스로 부상하기도 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올시즌 리그 1, 2위를 차지한 LG-KT와 백중세를 보이며 강팀 킬러로도 명성을 떨쳤다.
리빌딩 성과 보여줘... 아쉬움 남긴 '뒷심 부족'
다만 고질적인 뒷심 부족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다. 3년간 구단 역사상 최대 암흑기에 리빌딩을 진두지휘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계약 마지막해를 채우지 못하고 성적부진으로 경질됐다. 이어 이미 감독대행 경험이 있는 최원호 감독을 선임하면서 잠시 8연승을 달리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올스타 휴식기를 전후하여 오히려 상승세가 꺾였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보면 24승 2무 40패 승률 .375로 사실상 시즌 초반의 최약팀으로 회귀해버렸다. 무엇보다 팀타율(.241)과 출루율(.324), 득점권 타율(.240) 등 각종 타격 관련 지표에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한 허약한 타선이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마운드는 시즌 전체적으로 팀 평균자책점 7위(4.38), 피안타율 5위(.261)로 선방한 편이었지만, 후반기만 놓고보면 평균자책점 9위(4.97)로 타선과 같이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올시즌 최대의 성과는 역시 유망주들의 성장이었다. 한화는 2023시즌 노시환과 문동주라는 투타의 새로운 주역을 배출해냈다.
노시환은 131경기 타율 .298(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85득점을 거두고 홈런, 타점 부문 2관왕에 올랐다. 3할 타율과 장타율 타이틀을 놓친 게 아쉽지만, 각각 30홈런과 100타점을 넘긴 선수는 모두 올시즌 리그에서 노시환이 유일하다. 이로써 노시환은 올시즌 에릭 페디(NC)와 함께 유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 1회말 위기 막아내며 포효하는 문동주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 1회말 2사 3루 한국 선발투수 문동주가 대만 린안거를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으로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
ⓒ 사오싱=연합뉴스 |
2년 차 영건 문동주는 23경기 118.2이닝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한화 토종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또한 올시즌 KBO리그 토종 투수로는 최초로 시속 160㎞의 벽을 깨며 새로운 파이어볼러의 탄생을 알렸다. 문동주는 현재 윤영철(KIA)과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더구나 노시환과 문동주 두 선수는 최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로 나란히 출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까지 얻는 경사를 누렸다. 투·타의 핵심전력이자 갓 전성기에 접어드는 20대 선수들이 모두 병역에 대한 고민을 덜면서, 한화는 팀의 방향성과 연속성을 구축하는 작업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밖에도 한화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2경기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60), 리카르도 산체스(7승 8패 평균자책점 3.79)가 제몫을 해줬다. FA로 영입한 채은성은 다소 낮은 타율과 후반기 부진이 아쉬웠지만 23홈런 84타점으로 그나마 노시환을 부담을 덜어준 유일한 거포였다. 또한 야수진에서는 데뷔 첫 100안타를 돌파한 문현빈을 비롯하여, 최인호, 이진영, 이도윤 등 미래를 이끌어나갈 만한 유망주들을 꾸준히 발굴해내며 경험치를 쌓았다. 불펜에서는 마무리 박상원을 필두로 정우람, 김기중, 한승주 등이 분전했다.
하지만 한화가 다음 시즌에 가을야구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좀더 분발이 필요하다. 시즌 초반 한때 8연승의 기세로 중위권에 근접했고, 꼴찌 키움이 이정후의 부상 이후 사실상 시즌을 포기한 탱킹 모드였던 것을 감안하면, 탈꼴찌만 성공했다고 해서 9위라는 성적은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나름 준수했던 외국인 투수에 비하여 브라이언 오그레디-닉 윌리엄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타자는 KBO리그 역대를 통틀어 최악에 꼽힐 정도로 처절하게 실패했다. 여기에 리빌딩의 한 축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주전 2루수 정은원의 부진, 여전히 불안정한 외야 주전 라인업과, 종잇장처럼 얇은 백업층은 한화가 주전들의 체력이 고갈된 후반기에 성적이 추락한 가장 큰 이유였다. 여기에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과 경기운영 능력도 아직은 팬들에게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화 팬들이 희망하는 또 하나의 장및빛 시나리오는, 올시즌을 기점으로 포텐이 폭발한 노시환과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한화 역사상 최고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복귀하여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다.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올시즌 부상에서 복귀하여 건재를 알린 데다 토론토와의 4년 계약이 종료되며 다시 FA를 앞두고 있다. 류현진은 선수생활의 마무리는 한화에서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류현진이 복귀 후 준수한 구위를 선보이며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선수 본인도 메이저리그에서 좀더 뛰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 한화 복귀는 일단 차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장 다음 시즌은 아니라도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류현진의 나이를 감안할때 빠르면 1~2년 이내에 국내 복귀를 고려할 가능성은 높다. 그 시기를 얼마나 앞당기느냐는 한화 구단의 적극적인 의지와 협상력에 달렸다.
노시환-문동주 등의 젊은 선수들이 앞으로도 순탄하게 경험치를 쌓아나가고 여기에 류현진이 건재한 기량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까지 완성된다면, 드디어 기나긴 리빌딩을 벗어나 '윈나우'로 돌아선 한화의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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