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으로 부품 가격 2.2배 올랐다…정부 ‘물가 잡기’ 총력전

정진호 2023. 10. 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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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물가 인상을 유발하는 담합에 대해 감시와 제재를 강화한다. 18일엔 침대에 들어가는 스프링 등 중간재 납품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한 10개 제강업체에 500억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물가 대응의 ‘주포’가 아니었던 정부부처도 활동을 늘릴 예정이다. 정부가 전 부처를 동원해 물가와의 전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날 공정위는 강선 등 철강제품을 공급하는 10개 제강업체에 담합 혐의로 총 과징금 548억원을 부과하고, 이 중 6개 제강업체는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상품이 진열되는 최종 단계인 소비재뿐 아니라 중간재와 유통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간재 담합이 이뤄질 경우 부품을 납품하는 가격이 오르고, 생산업체는 이를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한다.

10개 제강업체의 철강 담합도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시작은 원자재 가격이 오른 2016년이다. 제강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커지자 담합을 통해 강선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한다.

정창욱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침대 스프링 등 각종 강선류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10개 제강사의 가격 담합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548억 원을 부과하고 6개 제강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13차례에 걸쳐 영업팀장 모임을 하거나 전화로 가격 인상 시점과 폭을 합의했다. 제품 가격을 ㎏당 80~100원씩 올리기로 하는 식이다.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때는 가격 인하 자제를 합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6년 3월 ㎏당 660원이었던 침대스프링용 강선은 2022년 2월엔 1460원으로 800원(121%) 올랐다.

정창욱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격 담합에 참여한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제품마다 평균 80%가 넘는다”며 “강선 제품 가격을 전방적으로 인상하다 보니 이 기간 침대 가격도 30% 이상 인상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근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주류 도매업계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중간재‧유통 과정에서의 담합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주류 도매업계의 경우 음식점‧술집에 납품하는 가격 인하를 제한해 납품가격을 올렸는지를 들여다본다. 화학 업체가 페트병 원료 생산에 필요한 촉매의 가격‧생산량을 담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간재 담합→납품 가격 상승→소비자 가격 상승’ 구조를 차단해 물가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전날 기획재정부 주재로 개최된 민생‧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에서는 공정위를 비롯해 행안부‧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정위는 시장을 왜곡하는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조사 상황을 점검했다. 행안부는 시내버스·택시 등 지방 공공요금 안정화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추 소매 가격이 포기당 6587원으로 1달 전(5476원)보다 20.3% 오르는 등 김장 재료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배추 2200t을 집중 공급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또다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만큼 민생 물가 안정에 전 부처가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이후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이 물가의 변수로 떠오른 데 따른 조치다. 이‧팔 충돌 직후 국제유가가 한 차례 급등한 뒤 변동 폭이 줄어들긴 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하반기 물가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전쟁,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 등이 나타나자 정부가 물가 대응 총력전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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