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 이자로 다 낸 아시아나"…대한항공과 합병 '최대변수'

이수기 2023. 10. 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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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승인 핵심 떠오른 화물사업 매각 놓고 이견
팬데믹 때 운임 최고 12달러→현재 5달러 선으로

‘황금알이냐, 아니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결합심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여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서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한국-유럽 화물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며 관련한 시정안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문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을 중심으로 화물사업부문 매각에 반대하고 나서며 변수가 생겼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20일까지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뒤 서명운동 결과를 이사회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도 최근 “2022년 기준 아시아나항공 매출의 약 55%를 차지하는 화물사업 분할매각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U와 미국, 일본의 기업결합심사를 앞둔 대한항공은 속이 타들어 간다.


항공화물사업 ‘코로나19 팬데믹 때 최전성기’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매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같은 사업을 놓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의 입장이 정반대로 갈리는 셈이다.
박경민 기자

국내 항공사들에 코로나19팬데믹 기간 중 항공화물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코로나19로 인한 항만적체와 하역지연, 낮은 선박 회전율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의 반사이익을 봤다. 화물운임도 치솟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당 3~4달러에 불과했던 항공 화물운임은 팬데믹 기간 중 평균 8달러대, 최고 12달러까지 껑충 뛰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21년 화물 매출이 전체의 76.7%(3조1453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대한항공 측도 부인하지 않는 팩트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18일 “팬데믹 기간 중 대형 항공사가 생존하는 데 화물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화물 매출 92% 줄어


박경민 기자

문제는 앞으로 어떨까 하는 점이다. 이미 화물운임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귀 중이다. 실제 2021년 4분기 ㎏당 11.4달러(홍콩-북미 노선 기준)였던 화물운임은 올해 3분기에는 ㎏당 4.81달러로 떨어졌다. 화물운임이 뒷걸음 치면서 주요 항공사들의 화물사업 관련 매출도 줄고 있다. 당장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화물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56% 줄어든 9638억이다. 대한항공 측은 “여객 정상화 가속화에 따른 여객기 하부 화물칸(Belly Cargo) 공급 증가 및 항공 화물 수요 감소로 인해 화물 관련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화물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7%(7782억원)에 그친다.

사정은 해외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올해 2분기 화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2% 급감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AF-KLM의 2분기 화물매출 역시 전년 보다 33.2%가 줄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케익처럼 화물사업의 전성기도 사실상 이미 지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경민 기자


"상반기 2000억원 벌어, 2000억원 이자 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스스로 버텨낼 힘이 있다면 화물사업부문을 매각할 이유도, 더 나아가 회사 자체를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넘길 이유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3조254억원 매출에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602억원에 이른다. 2010년대 초반부터 휘청거리며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진 탓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741%로 올해 상반기에만 2023억원이 이자 등 금융비용으로 나갔다.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선 “2000억원을 벌어서 2000억원을 이자로 냈다”는 자조가 나오는 형편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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