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물학대 논란' 정읍 소싸움 대회…27년 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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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 "동물복지 중시 추세 고려"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소싸움 대회가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정읍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대회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읍시는 18일 "다음 달 9~13일 '소힘겨루기'로 명칭을 바꿔 개최하는 23회 대회를 끝으로 내년부터 열지 않을 방침"이라며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하고 동물 복지를 중시하는 시대 흐름을 고려해 대회를 지속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96년 시작한 '정읍전국민속소힘겨루기대회'는 27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시 관계자는 "애초 지난 6월 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구제역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며 "올해는 이미 2억8500만원 예산이 잡혀 계획대로 치르지만, 내년 대회 예산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싸움은 수소끼리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싸우다가 먼저 도망치는 소가 지는 경기다. 현재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 경남 창원시·진주시·김해시·의령군·함양군·창녕군 등 11개 지자체가 매년 소싸움 대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는 "초식동물인 소에 뱀탕·개소주 등 육식 보양식을 먹이고 억지로 혹독한 훈련과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학대"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대회를 열 때마다 지자체가 수억원을 지원해 예산 낭비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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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VS "합법적인 민속"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와 한국민속소힘겨루기협회 측은 "소싸움은 합법"이라며 "지역 경제와 민속놀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들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지하면서도, 민속 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댄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소싸움'을 '소힘겨루기'로 순화했다. 협회도 이름을 바꿨다. 그러면서 지자체 대부분이 대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충북 보은군은 오는 18일부터 닷새간 보은읍에서 '전국민속소힘겨루기대회'를 개최한다.
소싸움 전용 경기장이 있는 청도군은 매년 3~4월 축제를 열고, 평소엔 주말마다 경기를 볼 수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축제를 열 것"이라며 "전용 경기장 건립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데다 지역 상징성과 정통성도 크기 때문에 소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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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기도 학대? 檢 "동물보호법 위반 아냐"
한편 지역 축제 흥행을 좌우하는 맨손 물고기 잡기도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6~8일 전북 완주군이 개최한 '제11회 완주 와일드&로컬푸드 축제' 인기 프로그램인 '맨손 물고기 잡기'에 대해 "체험 대상인 동물도 인간 '식재료' 이전에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비판했다. 1300명가량이 축제 기간 하천에 풀어놓은 양식 송어 3200마리를 맨손으로 잡았다.
이에 대해 완주군은 "물고기 잡기는 축제 정체성이 담긴 '시그니처(상징) 프로그램'"이라며 "동물 학대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실제 2020년 동물단체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산천어 축제'를 연 최문순 강원 화천군수 등을 고발했다. 그러나 춘천지검은 축제에 활용되는 산천어는 애초 식용 목적으로 양식된 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 처분했다.
정읍·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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