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시리즈 리턴매치, SSG 상대는?
[양형석 기자]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KBO리그의 순위경쟁은 시즌 막판까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됐다. LG 트윈스가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으며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kt 위즈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반면에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는 3위 경쟁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그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17일 정규리그 마지막 날 두산 베어스를 5-0으로 완파한 '디펜딩 챔피언' SSG랜더스가 3위에 올랐고 KIA 타이거즈에게 1-7로 패한 NC다이노스가 4위, 정규리그 마지막 3경기를 모두 패한 두산이 5위로 최종순위가 결정됐다. NC의 강인권 감독과 두산의 이승엽 감독은 모두 올 시즌부터 팀의 정식 감독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어 NC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초보감독들의 맞대결로 치러질 예정이다.
NC와 두산은 또 한 가지 재미 있는 교집합이 있다. 바로 올 시즌을 앞두고 NC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다. 공교롭게도 NC 역시 양의지의 대안으로 두산의 주전포수였던 박세혁을 영입해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양의지 더비'라는 부제가 붙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과연 1승을 안고 시작하는 NC와 적지에서 2연승이 필요한 두산 중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해 인천행 티켓을 따낼 팀은 어디일까.
[NC 다이노스] 에이스 페디 안 쓰고 준PO 갈까
NC는 2021 시즌이 끝나고 나성범(KIA), 작년 시즌이 끝나고 양의지와 노진혁(롯데 자이언츠), 드류 류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차례로 팀을 떠났다. 물론 손아섭과 박건우,박세혁 등 외부영입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2020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지난 2년 간 NC가 받아 든 성적표는 7위와 6위였다. 따라서 올 시즌 3년 만에 복귀한 가을야구가 NC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 시즌 NC가 정규리그 4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외국인 에이스 에릭 페디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작년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던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20승6패 평균자책점2.00 209탈삼진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다만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6일 KIA전에서 강습타구에 팔뚝을 맞고 교체되며 강인권 감독과 NC팬들을 걱정시켰다(검사 결과 다행히 단순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다만 NC 마운드에는 '20승 투수' 페디를 제외하면 10승 투수는커녕 시즌 6승을 기록했던 투수조차 없다는 약점이 있다. 1차전 선발로 예고된 태너 털리를 비롯해 신민혁,송명기,이재학,최성영 등 선발로 투입할 수 있는 투수는 많지만 가을야구 한 경기를 믿고 맡길 투수는 마땅치 않다. 불펜에서도 류진욱과 김영규로 구성된 좌우 셋업맨의 성적은 좋았지만 베테랑 마무리 이용찬(4승4패29세이브4.13)은 기대만큼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약한 NC의 '믿는 구석'은 손아섭과 박건우, 박민우로 이어지는 3명의 3할타자가 이끄는 고른 타선이다. 비록 한 방을 터트려 줄 수 있는 확실한 거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3할 트리오를 중심으로 정규리그에서 17홈런90타점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과 베테랑 외야수 권희동,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오며 경험이 쌓인 스위치히터 유격수 김주원 등 좋은 타자들이 즐비하다.
강인권 감독은 16일 경기에서 90개의 공을 던진 후 이틀 밖에 쉬지 못한 에이스 페디 대신 정규리그 11경기에서 5승2패2.92를 기록했던 태너를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올 시즌 11번의 등판에서 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던 태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끝낸다면 NC는 커다란 전력소모 없이 SSG와의 준플레이오프에 임할 수 있다. 1경기 여유가 있는 NC에게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첫 경기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두산 베어스] WC결정전서도 '가을DNA' 발휘될까
'슈퍼스타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
각 종목에서 스타출신 지도자들이 꾸준히 배출되면서 이 격언도 점점 빛을 잃고 있지만 여전히 스타 출신 감독이 부진한 성적에 그치면 이 격언은 여지 없이 등장한다. 현역은퇴 후 코치 경험조차 없었던 이승엽 감독이 두산 사령탑에 부임했을 때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작년 9위였던 두산을 5위로 끌어 올리며 가을야구에 복귀시켰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다니엘 리오스와 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아리엘 미란다(아길라스 시베냐스) 등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이 강했다. 그리고 이는 새 감독이 이끌었던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산은 3년 만에 팀에 복귀한 라울 알칸타라가 13승9패2.67로 1선발 역할을 해줬고 6월 말에 팀에 합류한 좌완 브랜든 와델이 18경기에서 11승3패2.49의 성적을 올리며 '복덩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1차전 선발로 브랜든이 아닌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0등판1면제'의 주인공인 토종에이스 곽빈을 예고했다. 아시안게임 복귀 후 13일 KIA전에서 6이닝2피안타9탈삼진1실점 승리로 건재를 과시한 곽빈이 NC타선을 힘으로 누른다면 두산에게도 희망이 생긴다. 물론 1패를 떠안고 시리즈를 시작하는 두산에게는 내일이 없는 경기이기 때문에 유사시 모든 투수를 투입하는 총력전을 불사해야 한다.
두산은 정규리그에서 팀 타율 9위(.255)에 그쳤지만 팀 홈런에서는 공동 3위(100개)에 올랐을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한 방을 보유한 팀이다. 21홈런의 양석환을 필두로 19홈런의 호세 로하스가 후반기 성적을 많이 끌어 올렸고 친정팀을 상대하는 안방마님 양의지의 장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올 시즌 39도루로 데뷔 첫 개인타이틀을 차지한 정수빈이 특유의 '가을본능'을 끄집어낸다면 두산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지난 8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5위가 4위에게 연승을 거두고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많은 야구팬들이 NC의 우세를 전망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만큼 두산에게는 큰 부담이 없는 가을야구 무대라는 의미도 된다. 두산팬들은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의 '가을 DNA'가 다시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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