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폭격으로 500여명 사망... 중동 곳곳 반 이스라엘 시위
[박성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병원 피폭 사건으로 다친 한 어린이가 이송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병원을 공습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의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2023.10.18 |
ⓒ 로이터=연합뉴스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병원이 폭격을 맞아 최소 50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CNN, BBC,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습을 당해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공습으로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병원은 사람이 밀집해 있고 상점과 주거용 건물이 즐비한 곳에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 방위군으로부터 대피 명령을 받고 집에서 대피한 실향민들이 병원에 가득 찼다"며 "실향민들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대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이 병원이 이스라엘의 폭격에서 벗어난 안전한 장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보도했다.
▲ CNN, BBC, 알 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에 위치한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습을 당해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 방위군의 공습으로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
ⓒ BBC 보도 갈무리 |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번 참사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의한 것이라 지목했지만 이스라엘군은 부인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우리 군의 작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로켓 포격을 가했을 당시 알 아흘리 병원 근처를 지나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출처의 정보에 따르면 병원을 강타한 로켓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가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부인하고 병원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에 의해 공격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 또한 성명을 통해 "작전 및 정보 시스템에 대한 추가 검토와 조사 결과 우리 군이 병원을 공격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며 "PIJ가 발사한 로켓으로 인해 병원이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병원이 폭격당할 당시 이스라엘 공군이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했지만 "당시 폭발 영상과는 맞지 않는 다른 종류의 폭약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PIJ는 이러한 이스라엘 측의 주장에 성명을 통해 "당시 가자지구 주변에서 어떠한 활동도 전개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적들이 제기한 비난이 거짓이고 근거가 없음을 확인한다"고 반박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대학교수인 자헤르 쿠하일은 BBC에 "F-16이나 F-35 전투기에서 로켓 두 발이 발사돼 사람들을 폭격하고 무자비하게 죽였다"고 말했다. CNN 또한 "이스라엘군은 병원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UN과 국경 없는 의사회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병원과 구급차를 포함한 의료 시설이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공습으로 인해 요르단·이집트·팔레스타인 4자 정상회담이 취소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성명에서 "저는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과 그로 인한 끔찍한 인명 손실에 대해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국가 안보팀에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은 분쟁 중 민간인 생명 보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 백악관 누리집 갈무리 |
중동 국가들을 포함한 각국 정상들과 국제단체는 이번 공습을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WHO는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초기 보고에 따르면 수백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민간인을 즉각적으로 보호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피 명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적십자회 또한 성명을 통해 "병원은 죽음과 파괴의 현장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보존하는 성스러운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병원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의 병원을 폭파해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를 가능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또한 "여성과 아동 등 민간인을 향한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조차 없는 이스라엘의 공격 사례"라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잔혹 행위를 막기 위해 인류가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나오는 소식은 끔찍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쟁에는 규칙이 있으며 병원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병원에 대한 공격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프랑스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희생자가 나온 알 아흘리 아랍 병원 공격을 규탄한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한다. 모든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습으로 인해 요르단·이집트·팔레스타인과 하는 4자 정상회담이 취소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성명에서 "저는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과 그로 인한 끔찍한 인명 손실에 대해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국가 안보팀에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은 분쟁 중 민간인 생명 보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병원 공습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요르단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여 군대가 최루탄을 사용해 해산했고 레바논에서는 미국 대사관 근처 광장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대사관 장벽을 돌파하려고 시도했다.
이라크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바그다드로 나와 반 이스라엘 구호를 외쳤고 이란의 테헤란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 역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여러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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