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와 베이브루스는 닮은 꼴…말과 행동 일치한 모범적 리더"

조인영 2023. 10. 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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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개최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로서 선대회장 역할 탁월
초거대 삼성, 지속가능성 위해서는 직원 몰입도 관심 기울여야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18일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기조강연 이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삼성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였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이 두드러졌던 그의 경영방식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올렸다는 진단이다. 거대기업 삼성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몰입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2017년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되기도 했던 로저 마틴 명예교수는 '이건희 경영학, 본질은 무엇인가' 기조연설을 통해 이건희 선대회장이 갖춘 인상적 특징으로 '전략 이론가'(Strategy Theorist)와 '통합적 사상가'(Integrative Thinker)를 꼽았다.

마틴 명예교수는 이를 설명하기위해 25년 전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스마트폰을 언급했다. 그는 "1999년 스마트폰 대수는 0개였으나 현재는 무려 55억대가 보급되고 있다"면서 사물이 다른 것으로 변화할 수 있는 세상을 전제로 하는 '경영'의 핵심은 이 같은 상상(Imagination)에 기인한다고 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회장의 어록에서도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찾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틴 교수는 "이건희 회장은 과거에 묶여있지 않았다. 과거에만 얽매였다면 오늘날과 같은 (스마트폰)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격차가 줄어들 때의 제품은 디자인이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전략가다운 행보"라고 덧붙였다.

'통합적 사상가'로서의 이건희 회장의 모습도 소개했다. 정통적인 경영 접근 방식은 정답 지향, 합의 추구, 상충하는 대안 중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나 훌륭한 경영자는 '혹은(OR)' 사고방식을 벗어나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선대회장 역시 이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마틴 교수는 강조했다.

통합적 사고는 상반되는 모델들의 갈등 속에서 하나를 버리고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개별 모델들의 요소를 포함하지만 각각보다 우수한 새로운 모델의 형태로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18일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마틴 명예교수는 '더 레고 무비'에서 이같은 의사결정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브랜드를 지킬지 또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집중할 지 양자택일 상황이 레고 경영진에게 있었다. 경영진은 워너브라더스, 할리우드 제작팀에게 감독과 연출 권한을 주되, 레고 애호가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단서 조건을 달았다.

제작팀은 이들과 함께 하면서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는 행동, 발언들을 발견했고 고스란히 영화에 담았다. 이런 장면들이 결과적으로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마틴 명예교수는 "더 레고 무비는 양자택일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의사결정이 이뤄진 사례"라며 "이건희 선대회장도 미래 창조성을 강조하되 과거와는 끊어지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용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지만 낭비는 지양했던 사례를 들었다.

이런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은 오늘날 삼성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0년 전과 비교해 기업 규모와 인력이 늘어난 만큼 직원들의 몰입도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성과 같이 고속 성장한 기업들은 대규모 조직의 관리를 위해 표준화 등 수단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는 직원 몰입도 하락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삼성이 직원의 몰입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직원들의 '행복의 3위 일체' 달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마틴 명예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미국 갤럽 조사를 보면 3분의 1 직원들만 몰입하고 절반은 무관심하며 17%는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큰 사업체 속에서 직원들은 자신을 나사 하나로 느끼기 쉽다. 각자가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커뮤니티로부터의 가치 인정, 타인의 가치 인정, 스스로의 가치 인정 등 3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틴 명예교수는 "포시즌스 호텔의 성공은 짐을 챙겨주는 직원까지 내가 회사를 위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자부심에 기인했다"며 "삼성이 초일류 기업을 유지하려면 직원의 몰입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강연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마틴 명예교수는 삼성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할 수 있다고 해서 여러 산업에 너무 많이 진출해서는 안 된다. 규모가 커지고 자원이 많아질수록 기업이 할 수 있는 여력도 확대된다. 그 중에서 무엇에 초점에 맞춰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한 인물이었던 이건희 선대회장과 미국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가 '닮은 꼴'이라고 언급했다. 마틴 명예교수는 "이건희 회장에게서 인상 깊었던 것은 모범 사례가 될 만한 리더였다는 것"이라며 "베이브 루스가 자신이 손짓한 방향대로 홈런을 날린 것처럼 이 회장도 초일류 기업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다는 측면에서 서로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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