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 찬물 뿌린 ‘레드카드’…손흥민마저 철회 요청, 베트남축구협회는 "아름다운 모습"

김명석 2023. 10. 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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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 대표팀과 평가전을 펼쳤다. 베트남의 레드카드에 선수들이 몰려 주심에게 얘기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0.17.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단연 상대의 ‘퇴장’이었다. 결과가 중요한 공식 대회였다면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겠지만, 베트남전은 친선경기였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 차도 워낙 컸던 상황에서 수적 균형마저 깨지니, 베트남은 물론 한국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베트남의 평가전. 손흥민(토트넘)의 추가골이 터지며 한국이 4-0으로 앞선 직후였다. 베트남 선수들이 최후방 수비진을 향해 공을 건넨 사이, 손흥민이 전방 압박에 나섰다. 상대 수비수 부이 호앙 비엣 안(하노이 폴리스)의 트래핑이 다소 길게 흐르자 손흥민이 전력으로 질주해 압박을 가했다.

비엣 안이 급하게 공을 걷어내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걸려 넘어졌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심판은 비엣 안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골키퍼와 결정적인 일대일 상황을 파울로 저지했다는 판정이었다.

다만 다이렉트 퇴장을 줄 만한 판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느린 화면에선 비엣 안이 먼저 공부터 걷어냈고, 손흥민이 넘어진 장면은 그 이후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걷어낸 공이 손흥민의 발에 맞았고, 이후 비엣 안의 무릎에 걸려 넘어지긴 했지만 위기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파울을 가했다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더구나 손흥민에 발에 맞고 튄 공은 손흥민이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상황보다는 골키퍼가 잡아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엄연히 공식경기인 만큼 심판 입장에선 여러 상황들을 따질 이유는 없었다. 다이렉트 퇴장이 아닌 경고를 줬더라도 이미 전반에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비엣 안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다만 당시 손흥민이 완전한 일대일 득점 기회에서 걸려 넘어졌다고 보기에도, 일대일 상황을 막기 위해 상대가 고의적으로 파울을 범했다고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 대표팀과 평가전을 펼쳤다. 손흥민이 팀의 네번째골을 성공시키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0.17.

판정의 정확성을 떠나 무엇보다 평가전, 그것도 가뜩이나 전력이 약한 팀에서 나온 퇴장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이날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내내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고, 점수 차도 4-0까지 벌어진 뒤였다. 애초에 클린스만호의 이번 평가전 목적은 향후 월드컵 예선 등에서 만나게 될 상대적인 약팀들을 공략하는 법을 찾는 일이었다. 베트남 역시 한국 같은 강팀을 상대로 버텨내면서 역습을 통한 득점 루트를 찾아야 했다. 비엣 안의 퇴장은 영패라도 면하려던 베트남은 물론, 한국 입장에서도 환영할 상황이 아니었다.

퇴장 판정이 나온 이후 베트남 선수들의 강력한 항의보다 오히려 주장 손흥민 등 한국 선수들이 한참 동안 주심과 대화를 나눴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상대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점하는 건 한국 대표팀도 원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레드카드를 꺼낸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비엣 안은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이 4-0으로 크게 앞선 상황, 남은 30여 분마저 수적 우위까지 점한 채 경기를 치르게 된 장면이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한국 선수들은 주심에게 퇴장 판정에 대한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사실은 베트남축구협회(VFF)를 통해 알려졌다. VFF는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비엣 안이 실수로 파울을 범한 뒤 갑자기 레드카드를 받자, 손흥민은 주심에게 판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엣 안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파울을 범한 게 아니라 의도치 않게 방해를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비엣 안의 퇴장 여파는 그렇지 않아도 일방적이었던 경기 흐름을 더욱 한국으로 기울게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상대 퇴장 직후 조규성(미트윌란)과 이재성(마인츠05)을 빼고 황의조(노리치 시티)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도 줬다. 수적 우위까지 점한 남은 30여분 간 맹공을 더한 한국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정우영의 추가골을 더해 6-0 대승을 거뒀다.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은 “마지막 20~30분을 10명으로 싸우느라 힘들었다. 10명의 선수로 뛰는 바람에 더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수원=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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