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탄이 새끼탄 뿌려 '쾅'…우크라 "美 에이태큼스로 러 공격"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오랜 기간 요구해온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연설을 통해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공군 비행장을 공격해 병력 수십명이 사망하고 헬기 9대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미제 미사일을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에이태큼스는 매우 정확하게 스스로를 입증하고 있다"며 공급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오늘 미국에 특별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우리의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태큼스는 최대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전술지대지미사일이다. 한국군도 2004년까지 110발을 도입했다. 한국군이 도입한 에이태큼스의 공격 범위는 북한의 신의주·강계까지다.
같은 날 미국 정부도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전달했다고 공식 확인했으며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장에서 실전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가안보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165km인 에이태큼스를 제공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에이태큼스는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능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제공한 미사일 수나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미사일이 비밀리에 제공된 이유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운송 과정에서 러시아에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고, 몰래 지원받아 러시아를 기습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에 에이태큼스를 확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지휘시설이나 탄약고·보급로 등을 타격하는 데 유리해졌다. 벤 호지스 미 예비역 육군 중장은 포린폴리시에 "장거리 공격이 가능해져 러시아가 움직이기 어렵게 육교를 끊고, 크림반도 전체를 고립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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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제공된 에이태큼스는 집속탄 버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에이태큼스가 집속탄 버전이라고 보도했다. 집속탄은 투하된 어미(母) 폭탄이 새끼(子) 폭탄 수백개를 지상에 흩뿌려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무기다.
NYT에 따르면 이번에 지원한 에이태큼스 미사일의 수가 적으며 어미탄에 들어가는 새끼탄의 수가 950개로 추정됐다. 집속탄은 불발탄이 땅속에 남아 전쟁 뒤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비인도적 살상 무기로 규정된다.
집속탄 금지협약은 집속탄의 생산·이전·사용·비축을 금지한다. 여기에 서명한 국가는 현재 124개국이다. 미국은 한반도 내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며 여기 서명하지 않았다.
러, 강한 반발…"백악관, 심각한 실수"
미국이 에이태큼스를 전격 제공한 배경에는 북ㆍ러 무기거래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이 러시아를 향해 "더는 북한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러시아가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으로부터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탄약 등 무기를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렇게 북한의 지원을 확보한 러시아가 우크라 전황의 균형을 깰 가능성이 생기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서둘러 미사일을 지원했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보내는 백악관의 결정은 심각한 실수"라며 "의도적으로 숨겨서 이뤄진 이번 조치의 대가는 가장 심각할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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