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은 한풀이시리즈?
29년, 38년, 63년. 한·미·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오랫동안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팀들이 나란히 우승 도전에 나섰다.
2023 KBO리그 정규시즌은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LG가 페넌트레이스 1위(단일리그 기준)를 차지한 건 1990년, 1994년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2002년 이후 21년만이다. LG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우승 확정 이후 치러진 첫 홈 경기와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가 모두 매진(2만7350석)됐다.
구단 직원들과 선수단도 감격했다. LG는 3일 경기를 치르지 않은 채 우승을 확정했다. 4일 부산 롯데자이언츠전에서 간단한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거의 모든 구단 직원이 내려와 자축했다. 엘지 팬 출신인 임찬규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진 뒤 울면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15일 열린 홈 최종전에서 트로피 수여식을 마친 뒤 선수단 대표로 인사를 한 주장 오지환은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한국시리즈가 남아 있다. 10개 구단 중 아직 우승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LG는 롯데 자이언츠(1992년) 다음으로 우승을 오래 하지 못했다. 지도자로서 명성을 얻은 염경엽 LG 감독에게도 첫 우승 기회다.
이번 가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다. 무려 7연승을 거두고 우승을 향해 질주중이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2승)을 꺾었고, 디비전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3승)를 완파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ALCS·7전 4승제)도 1·2차전을 연거푸 이겼다. 2승만 추가하면 월드시리즈(WS)에 진출한다.
MLB 30개 구단 중 우승을 못해본 팀은 6개다. 그 중 가장 빨리 창단한 팀이 텍사스다. 1961년 워싱턴 세네터스로 창단했고, 연고지와 팀명을 바꾼 1972년 이후에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각각 '염소의 저주'와 '밤비노의 저주'를 깨트리고 108년, 86년 만에 WS를 제패하면서 텍사스는 가장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이 됐다.
텍사스는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WS에진출했지만 좌절했다. 특히 2011년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상대로 3승 2패로 앞선 6차전 9회 말 7-5로 앞서다 역전패를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우승에 목마른 텍사스는 올시즌을 앞두고 통산 2093승을 거둔 명장 브루스 보치(68)를 영입했다. 2010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이끌고 텍사스를 꺾었던 보치 감독이 텍사스에게 우승을 선물할지도 흥미롭다.
일본에선 한신 타이거스가 대권 도전에 나섰다. 한신은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팀이다. 도쿄돔을 홈으로 쓰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라이벌 의식이 강하지만 번번이 패했다. 요미우리가 역대 최다인 22회 정상에 오른 데 반해 한신은 1985시즌이 유일하다. 히로시마 카프(1984년) 다음으로 오래 됐다.
하지만 올해 한신은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리그 1위가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6전 4선승제)에 선착하고, 2·3위가 대결을 펼쳐 상대팀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1위 팀에겐 1승 어드밴티지가 주어져 유리하다. 한신으로선 2014년 이후 9년 만에 일본시리즈에 나갈 기회다.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도톤보리강에는 축하할 일이 생기면 다이빙을 하는 전통이 있다. 1985년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엔 KFC 매장의 '커넬 샌더스' 인형을 강탈해 던지기도 했다. 이후 침체기가 길어지자 '커넬 샌더스의 저주'란 말이 생기고, 2009년엔 급기야 강 바닥에서 인형을 건지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도 센트럴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경찰의 경계망을 뚫고 팬들이 몸을 던졌다. 일본시리즈까지 제패한다면 더 많은 인파가 쏟아질 전망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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