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청춘 '이두나', 적나라한 걸그룹 현실 담았다
[오수미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 스틸 이미지 |
ⓒ Netflix |
"어느 인생에나 변수는 생기는 거야."
변수 없이 정해진 대로 흘러만 가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모두에게 사랑 받았던 아이돌 가수 이두나(배수지 분)도, 사랑은커녕 양쪽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만 지고 살던 대학생 이원준(양세종 분)도 인생의 '변수'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해간다.
오는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이 셰어하우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아이돌 멤버 두나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다. 극 중에서 걸그룹 드림스윗의 멤버로 활동하며 최정상에 섰던 두나는 모종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하고 대학가의 한 셰어하우스에 숨어서 지낸다.
만날 사람도, 친구도 없이 매일 혼자 셰어하우스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그의 앞에 갑자기 드림스윗 티셔츠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원준이 나타난다. 사생팬이 자신을 찾아 셰어하우스에 집까지 구한 것이라고 오해한 두나는 원준을 차갑게 대하지만, 계속되는 냉대에도 어려움에 처한 자신을 도와주고 챙겨주는 원준에게 조금씩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초반 회차에 등장하는 이두나는 얼핏 시청자들이 좋아하기 어려워 보이는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관심 속에 살아왔던 그는 가시를 바짝 세우고 모두에게 까칠하게 대한다. 늘상 담배를 피우고 말끝마다 욕설과 비속어를 붙이기도 한다. 제멋대로 원준을 오해했다가, 오해를 풀고 원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대학교 수업에 몰래 찾아가고 밥 먹자고 조르는 등 막무가내에 가깝다.
물론 그에게도 사연은 있다. 회상으로 등장하는 아이돌 시절 두나는 사람들의 악플과 오해, 루머에 더해 팀 동료들의 괴롭힘에 늘 시달려야 했다.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신생아용 '쪽쪽이'를 선물하며 "한 번만 입에 물어달라"고 사정하는 등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기 일쑤다. 친구도, 가족도 가져본 적 없는 그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이러한 과거 회상 장면들은 시청자가 조금씩 두나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 스틸 이미지 |
ⓒ Netflix |
극 중에서 두나는 원준과 점점 가까워지고, 셰어하우스 식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배려와 우정을 배워나간다. 이 때문에 초반부의 <이두나!>는 로맨스 이야기보다는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에 더 가까워 보인다.
특히 두나와 원준 주변의 셰어하우스 친구들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시니컬하게 셰어하우스의 규칙을 강조하는 룸메이트 구정훈(김도완 분)과 눈치는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서윤택(김민호 분)의 입담은 드라마의 주요한 웃음 포인트다. 또한 원준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김진주(하영 분)와 어린 시절의 원수 최이라(박세완 분)는 셰어하우스에 자주 나타나며 두나와 원준의 로맨스에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주인공이 아이돌인 만큼 드라마는 현실의 걸그룹 멤버들이 겪을 법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극 중에서 사람들은 여자 아이돌 멤버의 몸매를 지적하며 '관리 좀 하라'고 다그치고, 돌연 팀을 탈퇴했다는 이유로 온갖 악플을 쏟아낸다. 두나 역시 "나는 원래 욕 받이다. 내가 버는 돈의 반은 얼굴값이고 반은 욕값이라고들 말한다"고 자조할 정도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 멤버들이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공황장애 등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현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게다가 두나는 뒤에서 '찰칵' 소리만 나도 긴장하고 카메라로 찍힌 건 아닐까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역시 불법촬영이나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 연예인들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 중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정작 피해자인 두나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뒤로 빠져있는 장면이다. 세상에 알려질까봐 경찰 신고를 꺼려하는 두나는 성범죄 신고율이 10% 수준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그러나 범죄자를 잡는 것부터 불법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직접 확인하고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고, 가족에게 알리는 등 해결까지 모두 원준의 몫이었다. 남자 주인공으로서 원준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보이지만, 두나를 보호대상으로만 그린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그러나 이외의 장면에서 두나는 원준에게 싸움을 거는 학교 선배에게 용감하게 대항하기도 하고 곤란에 처한 친구를 구해줄 줄도 아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원준처럼 자연스럽게 이두나의 매력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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