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화, 탄소중립 해법 '수소 혼소발전' 글로벌 도전
한화파워시스템 혼소기술 국산화 주도
연내 수소 100% 발전 실증 추진
탄소중립 시대 소멸의 위기에 선 화력발전을 되살릴 기술, 수소 혼소(混燒)다.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우던 가스터빈을 수소를 혼합 사용할 수 있도록 고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완전히 수소만으로 발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상업 운전이 가능한 중대형 터빈에 수소를 60%까지 공급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오래된 화력발전소 가스터빈의 주요 부품을 떼어와 수소 혼소에 적합한 부품으로 교체하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한화파워시스템이 2021년 인수한 미국 PSM(Power Systems Manufacturing)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Thomassen)가 주인공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주피터시(市)에 자리한 PSM사(社) 본사에서 만난 알렉스 호프 PSM 대표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재생에너지만큼 가스 발전도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스터빈은 사라지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보조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SM은 1999년 항공기 엔진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가스터빈 유지보수 기업이다. LNG 가스터빈에 대한 부품 수리와 공급, 정비사업을 진행해왔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독일 지멘스와 같은 가스터빈 생산업체는 가스터빈이 노후하면 신제품을 파는데 집중한다. PSM은 저렴한 비용으로 노후 부품을 수리, 정비하는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1896년 설립된 토마센에너지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터빈 부품을 수리하면서 제작 노하우를 쌓다 보니 수소 혼소가 가능하도록 개조 기술도 확보할 수 있었다. 가스터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품은 연소기와 터빈의 날개(블레이드)다. 가동 시 온도가 1400도 이상 오르기 때문에 특수소재가 사용된다. 특수 소재를 다루거나 부품 수리에 대한 기술력이 핵심이다.
PSM은 북미 지역을 포함해 남미와 아프리카, 유럽, 중동, 동남아 등에 100여개 이상 엔진 부품을 납품한 성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납품한 부품과 발전소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365일 24시간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에 인수된 이후 직원이 100여명 증원됐으며 신규 설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중동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PSM이 개발한 수소 혼소 터빈 연소기 '플레임시트(FlameSheet)'는 부피 기준 60%까지 수소 혼소가 가능하다. 수소를 태우면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되는데 1~9 PPM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게 관건이다. 플래임시트는 수소 65%를 태울 때 5.5 PPM을 유지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해외 계열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혼소 기술을 국산화하고 있다. 플레임시트를 적용해 충남 대산 LNG복합발전소에서 수소 전소(100%) 실증 테스트를 연내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한화임팩트, 한국서부발전과 80MW급 중대형 가스터빈을 활용해 수소 혼소율을 60%까지 높이는데 성공한 바 있다. LNG만 사용했을 때 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22% 줄었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6 PPM 이하를 기록했다. 60% 혼소에 성공한 이후 엑손모빌과 같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한화파워시스템에 협업을 제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수소에 이어 다음 단계로 암모니아 연소기를 연구하고 있다. 수소를 쉽게 운반할 수 있는 암모니아를 직접 연소할 수 있는 엔진을 2024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암모니아 엔진은 암모니아 운반선에 적용할 수 있어 계열사인 한화오션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는 PSM 본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가스터빈 부품을 수리 교체하는 것으로 발전사업자는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고 효율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발전소 수명 연장 해법"이라며 "수소 혼소 기술까지 적용하면서 발전소와 정부, 지역사회로부터 환영받는 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피터시, 플로리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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